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6월 2일, 대화

dancingufo 2005. 6. 3. 03:46

01.

[내가 작으니까 상대는 크면 좋잖아. 내가 A형이니까 상대는 O형이나 B형이면 좋잖아. 내가 말이 많으니까 상대는 말수가 적으면 좋잖아. 내가 어리광을 잘 부리니까 상대는 의젓하면 좋잖아. 너는 안 그래? 나는 나와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이상형이란 게 없다고 주장하는 나의 구체적 이상형. 외모도 성격도 웬만하면 나와 닮지 않은 사람.


02.

[왜, 근데 그 사람은 아닌 것 같애?]
[글쎄. 나야 모르지. 근데... 아닐 가능성이 높을 거야.]
[왜?]
[뭐, 좋아할 리가 없잖아. 어디를 보나.]
[흠- 내가 보기엔, 너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 전부 다 내가 해야해야 한다고.]
[...]
[안 그러면 얼굴도 못 봐. 전부 다 내가 하는데, 나를 좋아하는 것일 리 없잖아.]

이틀인가 사흘전. 오랜만에, 친구와 나눈 대화.


03.

[그 때 오빠는 무척 노력했대. 근데 난 기억 안 나거든? 나는 그때 내 마음만 생각나지, 오빠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 그러니까 그 사람도 그럴 수도 있는 거야. 너 역시, 그럴 수도 있는 거고.]

원래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 그래서 저마다 기대, 착각에 빠지고 오해,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지.


04.

[나를 좋아한다는 건 알아. 그런데 그 이상은 어떻게 해? 그냥 내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돼? 그러다 아니면? 쪽팔리잖아.]

맞어. 역시 쪽팔리는 것이 첫번째 문제. 늘 말하지만 인생은 창피한 것 투성이거든.


05.

그렇지만 진짜 무서운 건 그런 게 아니야.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그래서 곁에 두고 싶었는데, 괜하게 생겨난 연애감정 하나가 모든 걸 잃게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영영, 잃어버리고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거야. 좋아했고, 소중했고, 그래서 정말 곁에 두고 싶었는데도- 영엉 다시는 얼굴조차 못볼 수도 있다는 거야.

겁이 많은 게 잘못은 아니야. 겁이 날 때는, 그냥 어쩔 수 없이- 무서울 수밖에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