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8월 5일, 평창에서-
dancingufo
2005. 8. 6. 03:58
바람 소리를 들으며 앉아있다. 응급차가 달려오는 모양이다. 멀리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가까운 계곡 어디선가 사람이 물에 빠진 건지도 모른다. 갑자기 내 평화가 끔찍해진다. 이 산속에 들어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삶을 지탱할 수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내 일상과 먼 곳이라 하여 다른 일상이 존재하지 않을 리는 없는 터. 나는 낙원과 환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저 끊임없이 도피를 생각하고 있는 것 뿐이다.
웃고 이야기하며 왁자지끌해지는 순간의 내가 가짜는 아니다. 나는 매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늘 마음은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 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찾으려고만 한다. 나는 나를 붙잡을 수가 없다. 가만히 바람 소리에 나를 내맡겨 보지만- 예쁘게 자란 드높은 나무도, 그 나무에 매달린 초록색 이파리들도 울고 싶은 나를 달래주지는 못한다. 내 몸은 늘 달뜬 열기에 시달리고 이 열기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머리 위로, 푸른 잎사귀들이 흔들리는 소리. 하늘에서 우수수 바람을 몰고 오는 소리. 아득해져서 눈을 감는다. 나는 스물 일곱이지만, 지금도 울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