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8월 11일, 다행스러운 시간
dancingufo
2005. 8. 12. 02:43
내가 원한 것은 쉼. 그곳의 공기가 줄 수 있던 것도 쉼. 장평은, 조용하고 깨끗하며 맑고 차갑다. 이 여름, 딱 한 번 내가 평화로웠던 시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양갈래로 삐삐머리를 땋고 바람에 사각대는 나뭇가지의 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시간.
옛 집 마당에는 여러개의 돌탑이 층층이 쌓여있고, 나는 그 중 하나의 탑을 골라 제일 위에 두 개의 돌을 올려놓는다. 쓰러지지 않도록 한껏 조심스러워지던 손길을 거두면 잠시 그 앞에 서서 기도. 나에게, 아직도 있는 바람. 나에게, 아직도 있는 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