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2005년 12월 26일, 안 되는 이유
dancingufo
2005. 12. 27. 04:32
01.
외로움은 허기와는 다른 것이다. 적당량의 식사로 허기는 잊을 수 있지만, 적당한 관계맺음으로 하여 외로움은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외로움이 몰려들 때, 그에 대한 대처 방법 따위 모른 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로움은 치명적이기 쉽다. 나는 그 치명적인 기분에 베이지 않기 위해, 늘 한껏 신경을 곤두세운 채 살고 있는 것 같다.
02.
물론 나는 나름대로 외로움에는 무딘 사람이다. 어느 정도 외로워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 즐기거나 하는 타입인 것은 아니다. 그저, 어떤 타인도 이 기분을 완전히 상쇄시켜줄 수 없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03.
그러니까 그 남자는 키가 크지 않다. 나는 무슨 일종의 컴플렉스처럼, 키가 아주 큰 남자들을 좋아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그 남자가 다소 다정한 것, 상처를 잘 받는 듯 한 것, 착한 사람인 것 같은 것, 나를 어른처럼 대하는 것, 그리고 키가 전혀 크지 않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쩐지 그걸 이유랍시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웃어버린다.
04.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한 조각도 남김없이 먹어치워야 하는 피자처럼 사용하고 싶다. 물론 나의 기질과 습성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