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월 31일, 최대한으로 멀리-

dancingufo 2006. 1. 31. 03:00

사람과 사람은 제각각 떨어져 혼자 서있는 쪽이 가장 아름답다. 이런 내 생각은, 우리 가족이 서로 떨어져 지내는 쪽에서 더 바람직함을 느끼는 내 기억에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단순하게 나의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결론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어떤 집단이라거나, 단체, 뭉쳐서 하나인 양 어울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상한 거부감이 생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나 기회와는 무관하게, 나는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명절이란 것이 일년에 몇 번 볼까말까한 친척들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곤 하지만, 함께 있을 때 즐겁다거나 행복하기보다는 불편하고 불안할 바에야 그것에 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다. 내가 내 가족임을 확신하고 받아들이고 하여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난 그 사람들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지도 않고, 그 사람들에게 나란 존재 역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대체 서로 마음에도 없는 인사들을 주고 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한국 사회의 어떤 어떠한 점을 싫어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이 사회에서 '가족'이란 것이 너무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조상이랍시고 몇십년을 모셔봤자 우리 가족에게 어떤 행운이 있었기에, 그 많은 음식과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서 그런 자리 따위 마련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을 해본다. 상관도 없는 사람은, 남편의 조상이란 이유 하나로 며칠 내내 몸 아프게 일을 하는데 남자들이란 정작 제 조상들의 제사인데도 와서 밥 먹고 절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엄청난 모순이 사회의 기초, 라는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1차 집단이라는 이 집단부터 이런 모순덩어리이니 어떤 집단인들 제대로 된 상식을 기초로 하고 있을까.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부터 머리가 아프고, 올라오는 길에서는 진이 빠진다. 늘 최선을 다해서 내가 속한 모든 테두리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피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내게 남아서 나를 이보다 더 멀리로는 도망갈 수 없게 하니, 다짐하건대 다시는 또 다른 나의 가족 따위 만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내 성격이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난 기본적으로 '가족'이란 집단을 긍정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서울에 도착하여 아무렇게나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내리 일곱 시간 동안 잠을 잔다. 눈을 뜨니 정오가 지난 지도 한참. 그제야 두통도 사라지고 피로도 풀린 듯 하다. 사람이 살아서 할 일이 정말 사랑 뿐이던가.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답답해진다. 그리하여 인생이 재미없고 지루하며 허전하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사랑과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더 나는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