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2월 12일, 일요일
dancingufo
2006. 2. 13. 04:06
01.
여유로운 하루가 갔다.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도 있을까, 생각한 하루가 갔다. 하루가 이렇게 긴 시간이었던가, 새삼스러웠던 하루가 갔다. 나는 이 하룻동안 일을 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TV를 보고 씻고 청소를 했다. 하루를 쉬기로 한 덕분에 꽤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하루가 갔다.
02.
모르는 소리 말아, 라고 자주 말하고 싶었다. 관계에 대한 환상은 없어진 지 오래이다. 그래서 더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네가 내 옆에 올 수 없다 해도 말이다. 마음이 너무 세세하게 만들어져 있는 탓이라고 해두자. 너무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물기가 스며들 틈이 많다고. 나도 나의 이런 점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나는 이보다 더 대담하고 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생각과 말은 좀 더 적고, 지혜와 열정은 좀 더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바꾸기 어려운 것은 기질이었고, 여전히 나는 모가 나고 소심하며 강박증에 걸린 병자처럼 굴고 있다.
03.
시간이 가는 것.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늙어서도 여전히 내가 이런 모습으로 앉아있을 것 같아 불안한 모양이다. 컴퓨터 게임의 캐릭터처럼 나는 정해진 수치 만큼의 에너지밖에 가지지 못했는데, 자꾸만 쓸모없는 발차기를 해대는 바람에 가진 에너지를 다해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다. 때문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넉다운 당할 것 같은 불안함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웃겠지만, 어쩐지 나는 요즘 그런 불안함에 사로잡혀있다.
04.
너는 이유없이 그냥 따뜻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내 착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