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2월 14일, 키프로스

dancingufo 2006. 2. 15. 02:19


키프로스는 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나라라고 한다. 수도는 니코시아이고 그리스어와 터키어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의 시차는 7시간. 그러니까 현재 그 나라는 오후 7시다. 김은중은 그 섬나라에서 현재 오후 7시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김은중이 무척 보고 싶어서 키프로스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본다. 국가도 들어보고 사진도 찾아본다. 그 나라에는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의 섬도 있다하고, 그 나라는 셰익스피어 '오셀로'의 배경이 된 나라라고도 한다. 공기는 맑을지 궁금하다. 물은 깨끗할지 궁금하다. 음식은 맛이 있을지, 날씨는 포근할지, 잔디는 잘 정리가 되어있을지도 궁금하고 사람들은 친절할지도 궁금하다. 그 곳에서, 김은중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종종 이 마음이 너무나 유치해서 웃음이 날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종종,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김은중이라는 축구 선수를 좋아한다. 나는 김은중이라는 축구 선수를 아낀다. 나는 김은중이라는 축구 선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에게 김은중은, 절대로 농담의 소재나 웃음의 꺼리가 아니다.

김은중이 내 팀의 유니폼을 벗어버린 것도 오래전이다. 김은중이 다른 팀의 것이라는 것. 그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선수라는 것.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는 스스로 그것들을 인정하고, 그 일에 따르는 모든 괴로움과 타협하고서라도 계속해서 김은중을 좋아하기로 한다. 마냥 화를 낼 수만은 없어서 이 모든 것을 인정할 테니 그냥 내가 이 선수를 계속해서 좋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사람들과 김은중이 느끼는 일체감. 같은 편이라는 소속감. 서로를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자신감. 나는 그것들을 못 견디겠다. 나에게 김은중이 '상대편'이라는 사실보다도 김은중에게 내가 '상대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