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2월 16일, 투정

dancingufo 2006. 2. 17. 04:01
 
01.

늘 웃으면서 안부 인사를 건네는 것은 지겹다. 사실은 슬프면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구는 것도 지겹다. 상대방의 마음이 상할까봐, 그런 말을 해서 내가 미움 받을까봐,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관계인데 그 관계가 혹 틀어지게 될까봐, 그리하여 내가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기라도 할까봐, 할 말을 빙빙빙 둘러하고 최소한의 예의라는 이름으로 넌지시 본론을 꺼내다 마는 것. 내가 하고 있는,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지겹다. 나는 솔직하게 내게 말을 하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솔직하게 내가 이야기해도 나를 오해하지 않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02.

그렇지, 그녀. 그녀는 사라졌지. 노래가사처럼 그녀는 사라졌어. 그녀를 본 사람은 이제 정말 없는 걸까. 사라져버린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03.

과거는 미련 때문에 잊지 못하고 미래는 두려움 때문에 바라보지 못한다. 내가 봄을, 꽃을, 하늘을 바라본 시절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그 시절의 일일 것이다. 그 시절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모든 사람들이 너를 그렇고 그런 별볼일 없는 아이 취급했다는 사실이었다. 네가 얼마나 착하고 다정하며 따뜻하고 여린 사람인가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나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04.

이렇게 징징대는 나를 인생은 혹독한 훈련에 임하도록 할 것이다. 나는 이 코스를 모두 완주하고 싶지만, 아직 걸음마 연습도 끝내지 못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