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2월 28일, 지금
dancingufo
2006. 3. 1. 04:05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마는 시점이 있다. 그것은 자포자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게 되어버린다 해도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필사적인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마음을 싫어하고 무서워하고 꺼림칙해 하지만,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이상은 그 마음에서도 도망갈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그렇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마는- 그 시점에 서, 있는, 중이다.
최선을 다해서, 그 우울하고 어두웠던 어린 시절의 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괴로워하지 않고, 쉽게 즐거워하며, 자주 웃고, 휴식과 여유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대신 다른 것을 잃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되돌아보는 일은 이미 늦었고, 한참 동안 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깨달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앉아있는 빛도, 생기도, 가지지 못한 늙은 여자가 내가 되어있는 것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