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3월 1일, 오늘의 약속

dancingufo 2006. 3. 2. 03:14
 
어떻게 해야 하는 줄 몰라, 나는 자리에 앉았어. 그 말이 생각났지. 마지막 말인 것 같았어. 난 세상에 그보다 더 나를 씁쓸하게 만드는 말이 있을까, 생각했지. 난 그렇게까지 아픈 말이 마지막이 되지 않아도 좋았을 거라 생각했어. 때로는 내가 이렇게 웃고 있는 게 너무나 미안했지. 내가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을까, 궁금해졌어. 하지만 이런 것에 죄책감을 가지는 내가 싫었어. 정말로 아무렇지 않니? 사는 건 그때와 조금도 다를 게 없니?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어. 그리고 그렇게 끝이었지. 생각보다 사는 건 너무 쉬웠지.

도망가고 싶었다고, 그래 나는 그랬어. 내가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시간에서,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시간까진 너무나 짧았어. 나는 가끔 울고 가끔 절망하며 가끔 우울증에 걸리고 그리고 대체로 아무렇지 않았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랐어.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내 삶을 포기하기로 했지.

진심을 말할 수가 없었어. 침묵은 나로 하여금 진심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도록 만들었어. 종종 가슴이 두근거렸지. 나는 늘 불안함에 시달렸어. 아빠와의 통화는 또 짧고 어색하게 끝나버렸지. 아빠에 대한 내 사랑이 불분명한 색을 지닌 것처럼 나를 대하는 아빠의 모습도 늘 희미했어. 외롭지 않았다고 말하기 싫었어. 겨울을 나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싫었어.

그 때, 그 도시는 너무나 추웠다는 것을 기억해. 그곳에는 가난한 내 언니가 있었지.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하는 동생을 보내고 나면 그 춥고 좁은 방에 내 언니는 혼자 앉아있었던 거야. 방을 닦고 빨래를 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곳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심심풀이 이상으로 하지 못했던 내 언니는, 결국엔 너무나 외롭다고 말했어. 견딜 수 없이 외롭다고. 나는 외로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런 건 절대로 삶을 치명적이게 만들 수가 없다고. 그래서 나는 내 언니를 그냥 바라만 봤지.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알게 된 거야. 삶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최선을 다해서 내가 미쳐가는 걸 보고 있을 거라고.

너를 좋아해. 말을 하면 그리워진다는 것을 알아. 그래서 말할 수가 없었지. 그리워지면 그냥 우는 수밖에 없는 거니까.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내가 하는 생각은 우습고 보잘 것 없는 거야. 하지만 달라지거나 변화하지 못하겠지. 절대로 네가 나빴다고 말하지는 않을게. 그러니 그냥 이렇게 있어. 지금은 내가 나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또 시간이 갈거야. 나는 언젠가,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닫고 결심할 수도 있겠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 가슴에 손을 얹고 있을 거야. 난 오늘은 절대로 울지 않고 잠들 테니까. 더 이상 심술궂은 아이처럼 굴지 않겠다고 약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