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3월 11일, 1리터의 눈물

dancingufo 2006. 3. 12. 03:26
 
누군가, 어느 순간 갑작스레, 내 곁에서 사라진다. 조금씩 멀어진다거나, 차차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고개를 돌려보니 곁에서 사라지고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예고도 하지 않고, 예감도 주지 않고, 인사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는데 오지 않는다. 올 시간이 넘었는데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끝이다. 내 곁에 없다. 사라졌다. 마치 시간의 발자국에 묻히듯. 우리의 한숨소리에 지워지듯.

내가 상실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문득 다시 깨닫는다. 작별 인사라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내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눈물로는 어떤 것도 바꿀 수가 없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이 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는데. 나를 보면 싱긋 웃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은 끝인 줄도 모른 채 끝이 났다. 네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은 상실. 나는 내가 이러한 종류의 상실을 얼마나 무서워하면서 살아왔는지, 문득 다시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