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육
여자 정혜
dancingufo
2006. 4. 22. 04:06
이 영화는, 한 호흡이다. 그러니까 딱 한 호흡으로 가는 영화다. 숨을 들이쉬고 영화가 시작한 후엔, 들이쉰 숨을 내뱉을 틈이 없다. 그 숨을 내쉴 수 있는 것은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영상마저 화면에서 사라진 후이다. 이렇게 한 호흡으로 가는 것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자칫 단조롭다거나 지루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한번의 호흡에 매혹된다. 영화가 시작한 후엔, 다른 쪽으로 시선 한 번 돌리지 못하게 하는 이 영화의 끈질긴 그 호흡의 길이에 말이다.
김지수의 얼굴은 예쁘지는 않지만, 심은하의 얼굴 만큼이나 비극적인 드라마를 풍긴다. 그래서, 그저 침묵하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지나간 슬픈 사연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하는 기억이 자꾸만 삶의 어느 순간순간을 침범하듯, 그녀의 과거가 깜빡깜빡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런 그녀의 과거와, 현재의 그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인간을 이토록 들들볶는 삶의 잔인함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것은 인간이 제 머리로 상상하고 제 손으로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고, 나는 현실을 못견뎌서 이 허구 뒤로 숨는다. 그리고는 현실은 쉽게도 외면한 주제에, 이 허구 때문에는 조금 운다. 아니, 한 번의 삐걱거림에 평생을 아파서 우는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아니아니, 삶의 친절함과 다정함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는 이 여자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