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5월 6일, 휴일 또 휴일

dancingufo 2006. 5. 7. 04:34
 
01.

오랜만에, 은중이가 골을 넣는 걸 봤다. 그것도 한 경기에 두 골을 넣는것은 근 3년만에 보는 것이다. 활짝 웃고 손을 치켜들고 제 동료들을 껴안는 김은중이 보였다. 김은중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고 해서 씁쓸하거나 아쉽거나 허전한 것은 뒷전. 나는 그것이 김은중의 골이라는 사실 때문에. 김은중이 드디어 골맛을 보았다는 사실 때문에. 아니아니, 김은중이 저렇게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뻤다. 행복해졌다. 그리고 그 기쁨이 꼬박 사흘째 지속되고 있다.


02.

이럴 땐 나의 좌심실 천사를 불러내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그는(밝히자면, 내 천사는 남자다.) 과묵하고 표정이 없지만 내 얘기를 잘 들어준다. 나는 새삼스레 김은중이 좋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고, 어쩌면 그렇게 나를 찡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쉬지 않고 수다를 떨어댄다. 그러면 내 좌심실 천사가 알겠다는 듯 웃는 것이다. 다 알겠다는 듯. 다 알고 있다는 듯. 토닥토닥. 끄덕끄덕. 그래서 평화롭게 잠이 든다. 어쩔 수 없어. 이렇게나 좋으니까.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 안 해도 좋아. 그렇게 나를 다독이면서.


03.

귀고리 걸이대를 샀다. 줄이 긴 귀고리가 많다보니 자꾸 엉켜서 보석함에 넣어두는 것이 불편했던 탓이다. 걸 수 있는 고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걸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주 하는 것들을 다 챙겨둘 수 있어서 귀고리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보석함을 대충 다 비우고 하나 하나 걸면서 이 귀고리는 언제 어디서 샀던 것, 이 귀고리는 누가 사줬던 것, 이 귀고리는 누가 만들어줬던 것, 하는 것 따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귀고리는 내가 좋아하는 거의 유일한 악세사리. 자주 사기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걸어놓고보니 꽤 많아서 보기가 좋아졌다.




이것이 나의 귀고리 걸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