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5월 8일, 치명적인 결함

dancingufo 2006. 5. 9. 04:04
 
쓸모없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모르지 않는다. 쓸모없는 일이다. 문제는 자의식이 뻣뻣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데도, 내가 이렇게 바보같이 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쓸모없는 일이다. 정말로 쓸모가 없다. 자의식은 이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다고 말한다.  

무엇을 원했냐하면 소통이었다. 형제가 많았고 친구가 많아서, 나는 원래 사람이란 많은 것이라 생각하여 곁에 누군가가 있다고 해서 위로받지는 않았다. 늘 외로웠다.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외로움은 살아가며 조금도 가시는 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절대로 내게 치명타를 가하지 않으리라는 믿음만으로 버텨야 했다. 외롭다는 사실 때문에는 울지 않기로 했다. 좌절해서 울고, 실망해서 울고, 버림받아서 울어도 외로워서 우는 건 하지 말자고. 그것은 어차피, 사는 동안 계속 가지고 가야하는 몫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겠다. 나를 가장 외롭게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 나는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것이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나 자신이, 내가 오르지 못하는 그 나무가, 견딜 수 없이 나를 외롭게 했다. 이 외로움은 나를 오한에 떨게 하고 내 무릎에서 힘을 빠져나가게 하여, 나는 울었다. 이 외로움은 치명적이었으니까. 치유방법 따위는 절대로 없을 것 같았으니까.  

누군가 다가오면 밀어내고, 내가 누군가에게 다가서고 싶어지면 도망가자고 생각했다. 그런 내 다짐 때문에, 오늘은 내 마음이 온통 죄스러웠다. 온통 미안하고 창피하고 죄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도 이렇게 거짓말만 하고 있다. 시간도, 거짓말처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