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5월 22일, 말
dancingufo
2006. 5. 23. 04:45
01.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02.
생각을 많이 했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 오래 자리잡고 있는 동안, 나도 생각을 많이 했지. 바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어디서 일을 하든 내가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도 적고. 어차피 그런 거라면 나를 이렇게 인정해주는데, 그냥 있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냐고. 계속 생각을 했어. 나도 생각을 많이 했어.
그래서 몇 번이나 하려던 말을 삼킨 적도 있었는데, 어째서 오늘은 그렇게 그 말이 쉽게 툭 내뱉어졌는지 모르겠어. 그냥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 그냥 나도 모르게 뱉은 말처럼. 그냥 그랬어. 그냥 툭. 안녕하세요. 주말 잘 지내셨어요? 뭐 이런 인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어찌나 싫은 기색을 비치던지 결국 저녁을 먹다가 체해버렸어. 저녁 내내 속이 아팠는데 집에 도착하니까 나아버렸다. 앞으로 진짜 그곳을 그만둘 때까지 내내 이런 심정일 수 있겠지. 지금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후임을 구하고 다시 일을 배우게 만들고 그러는 동안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 그렇지만 그건 그 사람 인생이고, 나는 내 인생을 생각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어차피 비슷해, 라거나 어느 쪽이든 다 똑같지 않겠어, 라는 생각같은 거 하지 말자. 많이 다른 거야. 여기 있느냐. 또는 다른 자리로 걸음을 옮기느냐 하는 것은.
03.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나 별반 차이를 모르겠다는 건 진짜가 아닐 거야. 그냥, 내가 뭔가를 좋아하고 누구를 좋아하고 하는 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게 된 것 뿐이야. 내가 세상의 많은 타인의 마음을 믿지 않듯이 내 마음도 믿지 않게 된 것 뿐이야.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까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어도 그렇다는 것은 확신할 수가 없는 거야.
04.
결국, 말이 생각을 정리해주는 걸까. 나는 정말 말이 많은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