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6월 16일, 코트디부아르에게 박수

dancingufo 2006. 6. 17. 03:20
 
01.

코트디부아르. 너무 멋진 경기였다. 휘슬이 울리는데 괜히 눈물이 다 났다. 드록바라니, 별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데 오늘은 너무 멋있구나. 저런 모습이라면 어쩐지 경기에 져도 패배자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축구란 게, 이렇게 재밌기도 하고 이렇게 씁쓸하기도 하다. 조별 예선 경기가 끝나고 귀국한 저 선수들이, 자기 나라의 축구팬들에게 많이 칭찬받고 많이 격려받고 그랬으면 좋겠다.  


02.

그나저나, 이 케즈만 바보자식. 그런 데서 퇴장이나 당하고 말이다.

예전에, 그냥 케즈만이 다리가 길어서 그랬을까. 김은중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쩌면 그냥 스트라이커란 스트라이커는 죄다 김은중 같았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어느 누구를 봐도 김은중 같진 않다. 그래도, 김은중 같지 않아도 난 케즈만이 좋다. 7-1로 이기고 있으면서도 1-0으로 지고 있는 것 마냥, 미친 듯 골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 좋다. 김은중이 필요할 때마다 골을 잘 넣어주는데도 불구하고 사실 골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타입은 아니라서, 그냥 늘 팀이 잘 되어야 하지 않겠냐- 팀이 우선이다- 따위의 말을 하는 애라서, 제 골에 목숨 걸고 두 골 세 골 넣어도 골에 목말라하는 타입을 보면 좀 부러운 마음이 든다. 케즈만의 그런 점, 스트라이커로서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진짜 좋은 스트라이커는, 골을 많이 넣는 것보다도 필요할 때 골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걸 조금 알겠다. 7-1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선 골을 넣지 않아도 괜찮지만 0-1로 지고 있는 경기에선 꼭 골을 넣어주어야 하는 것이 스트라이커이다. 패배해선 안 될 때, 반드시 승리해야 할 때, 그럴 때 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줄 아는 쪽이 훨씬 더 좋은 스트라이커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 이제, 종종 골 앞에서 부처님처럼 자비롭게 구는 김은중을 탓하며 케즈만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신 김은중은 제가 속한 팀을 패배에서 구하기 위해, 승리로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제 능력을 보여주는 스트라이커니까 말이다.   


03.

흐음, 문득 생각했다. 난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