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6월 22일, 말해지지도 기록되지도 않는 것
dancingufo
2006. 6. 23. 04:25
01.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였던가. 왜? 라고 생각했어. 그냥 좋아합니다, 라든가 나를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따위의 말이라면 쉽게 이해했을 것 같아. 그런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건 어떤 건지 잘 몰라.
이것은 연애라든가 이성교제 같은 문제가 아니야. 어쩐지 나는 그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지금 이건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나도 그렇고 너도 그래. 그래서 그런 말은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는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조금 당황한 건지도 말라. 나는 이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어.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아. 그런 것은, 눈을 마주보면서 알게 되는 일이잖아.
02.
아직 못읽고 꽂아둔 책들도 꽤 있으니까, 한 달에 한번씩만 주문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보름에 한 번꼴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넘친다 싶어 계산을 해보니 이건 꽤 만만치 않은 액수를 쓰고 있는 거였지. 일을 그만두게 되면 얼마동안은 수입이 없을 테니,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좀 참자고 생각은 했지만. 새 이불을 샀고, 정리함을 샀고, 또 다시 책을 사버렸어. 친구 말대로 내 취미는 책을 읽기보다도 책을 사기인 건지도 모르겠어.
03.
강물이 반짝반짝거렸지. 기억이 무엇을 포기못하는지 알고 있어. 같이 달렸던 거리나. 같이 들었던 노래나. 같이 이야기한 책. 그런 거였지. 두고 가지 말라고 손목을 붙잡고 있어. 하지만 이제 괜찮을 거야.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어. 이것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 꼭 같이 있겠다거나 내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거였어.
04.
그래 어릴 적에 그랬던 내가 있네. 지금도 다분히 그런 성향의 내가 여기에 있고. 하지만 말이야.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절반은 거짓말이고 절반은 허풍이었어. 그리고 진실은 말해지지도 기록되지도 않는 것 같아.
05.
필요에 의해서, 습관적으로, 허전하고 쓸쓸해서 유지되는 관계같은 게 있지. 폐기처분할 때라고 생각해. 유효기간은 늘 길지 않은 것 같아. 왜 아무렇지 않을 땐 이렇게 버려두고 방치해두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06.
그런데 좋은 사람이고 싶다니, 생각해봐. 그것 참 욕심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