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6월 24일, 나를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

dancingufo 2006. 6. 25. 03:21
 
손이 붓는다는 느낌이 든다. 꼭꼭 손을 주물러준다. 몸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가 꼭꼭 몸 밖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신기하다. 몸은 참 정직한 존재인 것이다. 마음처럼 변덕을 부리거나, 진실을 숨기거나,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그러한 이 몸에 비중을 두는 삶이 어쩌면 더 나을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거나,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도 하나의 폭력이다. 보이는 것에 대한 폭력 말이다. 무언가 다른 것이 존재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사람을 고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좀 더 빨리 잊고, 좀 더 많이 웃고, 좀 더 쉽게 진실을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 이런 것은 그냥 히스테리라고 하자. 모두에게 침을 뱉고 싶은 이런 기분은 말이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도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저녁이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위로를 받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거니까. 꼭 당신들의 위로가 형편없었다기보다도 내가 그 모든 위로를 거부하고 있는 거니까.

이불 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눕고 싶다. 다 잊을 만큼, 오래 오래 잠들었다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오래 자는 잠을 경멸한다. 나로 하여금 내가 고집하는 태도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 그런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말했던 나의 고지식함. 부족한 융통성. 엄격한 잣대로 살겠다고 하는 것이, 그 잣대가 조금도 달라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목을 죈다. 답답하다. 하지만 나는- 자연스럽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살 수 있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  

해야할 일이 많다. 이 주말을 꼬박 보내도 끝내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생각도 멈추었으면 좋겠다. 때때로 거울을 보면, 그 속에 미련하도록 고집스러운 내 얼굴이 있다. 나를 사랑하며 사는 일보다도 나를 계속 믿고 지지해주는 일이 더 힘들다.  

다 나로부터 시작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것이 나를 위로하는 방법인 걸까, 생각을 한다. 내 탓이라고 하면,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적어도 비참하진 않았기 때문인 거라고. 삶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면 정말로 버림받고 내처진 듯한 기분이 들어서라고. 그렇게 하면 내가 정말 못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라고.

조금이라도 괜찮기 위해선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내게서 시작된 일이라고. 그러니까 다 잃어버려도 울려 해선 안 된다고. 잃었다고 생각조차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밖에는 나를 위로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