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6월 26일, 그와 첸
dancingufo
2006. 6. 27. 03:43
명이 만나기 시작한 지 백일 된 제 애인의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첸의 기억을 떠올렸다. 다른 생각으로 빠져들 겨를도 없이 첸의 둥그런 어깨와 겁먹은 눈동자가 눈 앞에 어른거린 것이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아직도 첸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이제 자신에게 남아있는 첸의 기억이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역시 말이다.
그는 고개를 떨구며 말을 했다.
기억이 기억을 덮어가고 있어. 사막 위의 모래가 다른 모래에 덮혀 사라지듯이.
얘기를 하는 그는 조금 웃는 것 같기도 했고 우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달래줄 수도 없고 함께 웃을 수도 없어, 그저 그를 안은 채 얘기를 했다.
이 기억이 사라져가는 그 기억보다 따뜻할 거야.
그렇지만 그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듯 했다. 나 역시 내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