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장화, 홍련 본문

나쁜 교육

장화, 홍련

dancingufo 2005. 5. 13. 00:29



나는 아이들이 너무 슬펐다. 때문에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옷장 하나, 침대 하나, 소녀의 방 하나 꾸며주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이 영화에 그러니까 나는 마음을 뺏기지는 않았다. 그저, 아이들의 말간 얼굴이 한 순간 향유한 후 잊어버리기엔 너무 마음이 아팠던 것 뿐.

수연이는 죽었잖아- 말하는 제 아버지의 말에 비명을 지르는 수연이의 얼굴이 너무 슬펐다. 수미도 아닌 수연이가, 살아남은 수미가 아닌 이미 없는 수연이가, 제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겠다는 듯 귀를 막아버리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 슬펐다. 비록 그것이 '수미의 환상이면서 어떻게 수연의 시점을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이 영화의 오점일 수도 있겠지만.

바람이 불고 음악이 흐르고, 발작하던 아이의 숨이 조금씩 잦아들 때 결 좋은 단발머리를 흩날리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던 수미의 얼굴을 어떻게 잊겠는가. 그 수미의 하얀 얼굴 위로 그림으로라도 그려내보고 싶은 선율이 흐르는데, 어떻게 그 슬픔을 잊고 이 영화를 잊겠는가. 지금도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면 내 친누이를 잃기라도 한 듯 마음이 저리는데. 돌려듣기를 반복하다보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물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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