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8.01 ~ 2008.12 (84)
청춘
세상에 나 하나 밖에 없는 듯이 굴면서도, 어째서 때로는 이렇게나 외로운 걸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로 흐뭇해할 때가 많으면서, 어째서 때로는 이렇게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걸까. 몸이 아파 그런 거겠지. 괜히 서운한 게 많고 서러운 게 많은 이유는. 내 감정은 원래 쉽게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이번에도 그냥 마음이 가라앉길 기다리면 되는 걸 거야.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왜 나는 이렇게 오만하고 제멋대로이며 이기적인데도 강하거나 굳건하지는 못한 걸까. 여전히 너무 나약하고, 여전히 너무 뒤틀렸구나 난.
오랜만에 많이 아팠다. 걸을 수도, 말을 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서있는 것도,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들어서 우는 일과 자는 일만 반복했다. 그렇게 사흘을 앓고 났더니 정신이 든다. 미칠 것 같던 두통이 사라지고, 목소리가 나오고, 음식이 넘어간다. 여전히 몸에 힘이 없기는 해도 웬만큼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사흘 만에 이부자리를 걷고, 씻고, 방을 치우고, 빨래를 하면서 혹시나 또 아플까봐 조심스럽기는 해도, 이만큼 몸이 개운한 게 어딘가 싶은 마음에 기분이 좋다. 아픈 건 끔찍한 일이다. 마음의 고통은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몸의 고통은 그렇지가 못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자주 아픈 타입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몸이 아픈 일에 대한 참을성이 부족하다. 아프면 외롭고 서럽다. 그런 마음..
눈이 많이 내린다. 세상이 반짝반짝거린다. 그리고 온통 반짝이는 세상과, 그리고 반짝이지 않는 것 한 가지. 내 마음이 어떤 함정에 쉽게 빠지는지 알고 있지만, 그 함정을 무사히 건너는 건 아직도 힘들다. 사는 일은 살아도 살아도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앞으로 살아가는 일 또한 막막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마냥 두렵거나 무서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은 자신이 있다. 어떻게 살아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갈 자신. 자주 외롭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고, 아름답진 않지만 지혜로울 수 있으며, 때로는 자주 울지만 그 만큼 자주 웃을 수 있다.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아닌데도 난, 살면서 얻은 것이 꽤 많으니까. 어떤 행운이 나를 돕고 있는지도 알고 있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무심하다. 사람들은 그런 너 때문에 견딜 수 없이 기쁘다가 견딜 수 없이 우울해지겠지만, 그건 네가 특별히 다정을 품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차가운 마음을 가져서도 아니다. 너는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다. 그런 너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때론 그냥 웃고 때론 그냥 화가 난다. 늘 똑같은 반복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늘 똑같이 즐거웠다가 또 똑같이 슬퍼질 것이다. 똑같이 좋아했다가 똑같이 미워할 테고, 똑같이 고마웠다가 똑같이 미안하겠지. 미워한다고 해서 그만둘 것도 아니고, 좋아한다고 해서 영영 상냥할 수만도 없다. 그걸 벌써 몇 년째 계속하고 있으면서 아직도 이 다음 일이 무엇인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내가 여기서 더 지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이런 스트레스도 이제는 지겨워. 두고봐, 내가 복수할 거야;
나를 열심히 살게 하고, 나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게 하고, 내가 나쁜 길로 접어들지 않게끔 하는 엄마. 생일 축하해 엄마.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눈이 내리는 곳에서 축구를 보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 아침, 집을 나서는데 눈이 내렸고, 그리고 내 발길은 축구장을 향했고, 거짓말처럼 그쳤던 눈이, 거짓말처럼 다시 내리던 그 순간은, 참 예뻤는데.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웃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다. 내가 본 것은, 좋아하는 사람의 실망하는 어깨. 그리고, 평생 축구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내 팀이 우승하는 것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 어쩌다가 난, 우승의 장면 같은 것을 목격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부디, 내년엔 너의 가치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있기를. 역시 아무리 보아도 네가 가장 훌륭한 걸. 우승의 주역들보다도 네가 더 훌륭해. 이 어두운 시간,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로벤, 이구아인, 칸나바로가 회복!!! 아아, 기쁘다. 무척이나 기뻐. 물론 난 스네이더와 페페를 더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섯 명을 잃은 것보단 두 명을 잃은 게 훨씬 낫지. 게다가 스네이더가 없는 이 상황에서 로벤이 돌아와 준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지. 페페가 없는 이 상황에서 칸나가 돌아와준다는 건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돌아온 이구아인이 부상 전처럼만 해준다 해도 그건 또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정말로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훈텔라르가 왔고, 스네이더가 12월 중순에는 돌아올 것이며, 에인세는 12월 말, 페페는 늦어도 1월 초엔 돌아오겠지. 비록 반니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부상자들이 차례대로 복귀만 해준다면 이 시즌도 그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2008년 12월 1..
김은중.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다행히, 스네이더는 큰 부상이 아닌 모양이다. 물론 반니가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이구아인마저 잃은 건 정말로 슬프지만. 스네이더는 나의 호감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선수이다. 부동의 1, 2위는 라울과 구티. 3위는 까시야스일 것이고 4위는 아마도 라모스. 그리고 그 다음을 생각하자면 스네이더나 페페나 가고 정도가 된다. 그러니 이구아인을 잃는 것이 현재의 레알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네이더의 부상이 가볍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로벤보다 한결 팀의 흐름을 따라갈 줄 아는 스네이더가 좋다. 때문에 부상을 당하자마자 많이 속이 상했는데, 큰 부상이 아니라면 정말로 다행이다. 부디, 12월 말까지는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의 라울은 작년만 못하다. 알고 있지..
머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다가, 끔찍해져 버렸다. 그렇게 마음 아픈 일은 겪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면 난 도망을 가야 하나. 방법이 없다면 미리 숨어버리는 수밖에. 그런데 원래 정리라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졌다. 얼른 생각을 해야 한다. 반드시 먼저 도망가야 하니까. 가만히 서있다가 기습을 당해서는 안 되니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때로는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래서, 이제 나는 네가 싫다. 때로는 너 때문에 웃곤 하지만, 아주 자주 너 때문에 슬퍼지곤 하였다. 그래서 이제 나는 네가 정말 싫다.
확실한 게 한 가지 있다.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 한 가지를,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열 둘이거나 열 셋이었던 무렵부터,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너무나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줄곧 알고 있었고,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으며, 살아있는 한은 언제까지나 그러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된 것이다. 신념이 되지 않아도 좋다. 어설픈 재능 밖엔 가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해도. 도망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나는 그냥, 그저 이렇게, 원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 어째서 이 간단한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은 것일까?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의 한 가지는 깨달아서 다행이다.
날이 춥다. 그리고 감기는 나을 생각을 않는다. 요 며칠, 계속해서 말을 할 일이 있어 나을만 하면 다시 붓고 나을만 하면 다시 붓는 것의 반복이다. 저녁이 되면 푹 잠긴 목에 매번 다음날의 발표를 걱정하고 있으니, 이것도 꽤 스트레스다. 쉬면 괜찮아지려니 했지만 이번엔 회복의 속도도 예전만 같지 않다. 덕분에 요즘은 기분까지 덩달아 가라앉아버렸다. 프랜시의 이야기를 읽다가 어쩐지 좀 짠해졌다. 사실 프랜시는 그렇게까지 불쌍한 아이는 아닌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불쌍하지 않을 만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짠한 것이다. 나는 열 몇살 때 단 한 번도 그렇게 긍정적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올해엔 꼭 100권 이상의 책을 읽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는데, 어쨌든 이 83권째 책이다. 스타트가 꽤 좋아서..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