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12월 28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8.01 ~ 2008.12

2008년 12월 28일,

dancingufo 2008. 12. 28. 21:37

오랜만에 많이 아팠다. 걸을 수도, 말을 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서있는 것도, 눈을 뜨고 있는 것도 힘들어서 우는 일과 자는 일만 반복했다. 

그렇게 사흘을 앓고 났더니 정신이 든다. 미칠 것 같던 두통이 사라지고, 목소리가 나오고, 음식이 넘어간다. 여전히 몸에 힘이 없기는 해도 웬만큼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사흘 만에 이부자리를 걷고, 씻고, 방을 치우고, 빨래를 하면서 혹시나 또 아플까봐 조심스럽기는 해도, 이만큼 몸이 개운한 게 어딘가 싶은 마음에 기분이 좋다.

아픈 건 끔찍한 일이다. 마음의 고통은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몸의 고통은 그렇지가 못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자주 아픈 타입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몸이 아픈 일에 대한 참을성이 부족하다. 아프면 외롭고 서럽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싫어서 아프고 싶지 않다.

아플 땐 누군가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고 괜찮은지 궁금해하며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픈 게 더 무서운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약해지는 건 싫은데 한 번씩 아플 때마다 약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올해는 일년 내내 감기를 몸에 달고 살았으니까 더더욱.

그러니 내년에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도록 해야지. 연말에 이렇게 아팠던 것 보면 이 해를 보내는 게 싫기는 싫었던가 보다. 그리고 만약 아프지 않았다면, 마음이 조금 아팠을 텐데 몸이 앓느라 마음까지 아플 여유가 없었다. 그런 점에선 오히려 덜 울 수 있었으니, 조금은 다행이다.

이제는 조금 덜 울고 조금 덜 화내고 조금 덜 열정적이게 살고 싶다. 나는 너무 자주 슬퍼하고, 너무 쉽게 분노하며, 너무나도 지나치게 열정적이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잃었고, 그래서 이렇게 자꾸 아픈 것이라면, 이제는 조금 덜 울고 조금 덜 화내고 조금 덜 뜨겁게 살 것이다.

제대로 아프고 나서 깨달은 것이다. 밝고, 곧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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