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8년 12월 21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8.01 ~ 2008.12

2008년 12월 21일,

dancingufo 2008. 12. 21. 23:35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무심하다. 사람들은 그런 너 때문에 견딜 수 없이 기쁘다가 견딜 수 없이 우울해지겠지만, 그건 네가 특별히 다정을 품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차가운 마음을 가져서도 아니다. 너는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다. 그런 너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때론 그냥 웃고 때론 그냥 화가 난다.

늘 똑같은 반복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늘 똑같이 즐거웠다가 또 똑같이 슬퍼질 것이다. 똑같이 좋아했다가 똑같이 미워할 테고, 똑같이 고마웠다가 똑같이 미안하겠지. 미워한다고 해서 그만둘 것도 아니고, 좋아한다고 해서 영영 상냥할 수만도 없다. 그걸 벌써 몇 년째 계속하고 있으면서 아직도 이 다음 일이 무엇인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

내가 여기서 더 지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다. 이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알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웃지 아니하고 어떻게 내가 미워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네가 뭐라고 답할지도 알고 있고 네가 어떻게 웃을지도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예전처럼 불안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저 잠깐 노여움의 시선을 던졌다가, 금세 화를 풀고 웃으면 되는 것이다. 관계가 그렇게 되어버린 걸 이제와서 뭔가가 달라질 수는 없다.

아, 그렇지. 그때는 그렇게. 한없이 다정했거나 한없이 상냥했던 시절이 있었지. 어쩌면 이토록 다정할 수 있는지, 언젠가 궁금해서 물어봤던 때도 있었지. 그때 네가 뭐라고 답했는지 때때로 기억이 나, 그런 네 대답에 내가 뭐라고 화를 냈는지도 기억이 나. 나는 처음부터 너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런 나를 다독거려 여기까지 온 것은.

나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쉽게 화를 내며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냉정한 건 매한가지다.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지 않아. 들려주는 게 진심이라고도 믿지 않으며, 아무리 달래도 달래지지 않을 때가 있을 테니, 믿는 것은 그런 나의 마음뿐이다. 마음이 어떻게 오랫동안 참고, 마음이 어떻게 한순간에 변하며, 마음이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지는지 이번에도 내가 잘 증명해 보였으면 좋겠다. 부디 내가 먼저 너를 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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