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무도 모른다/2008.01 ~ 2008.12 (84)
청춘
혼자서도 잘 논다. 보채지 않는다. 속을 다 드러내지 않는다. 적어도 그런 점에서 나는 90점 이상이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내가, 나 자신의 마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아닌 척, 괜찮은 척, 무심한 척 하지만 사실은 스물 몇 해째 편집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마음을. 나는 두렵다. 언제나 맹목적으로 변해버리고 마는 내 마음이. 그리하여 모든 진실도, 성실함도, 의무나 책임도 한 순간에 다 저버리고 마는 이 기질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도 나는 어째서 늘 이 두 가지를 혼동하고 마는 것일까. 사실은 아무리 반성을 해도 절대로 달라질 수 없는 나를 조금은 미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면 정말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걸까. 설사 해내지 못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한다면, 최선을 다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후회는 하지 않게 되는 걸까.
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봄바람. 봄볕을 맞으면서 걸었다. 따뜻한 햇볕 아래, 걸음을 옮기는 내 마음도 살랑살랑. 어느덧 나이를 잊고 사람을 잊고 시간을 잊고 나를 잊어, 봄볕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삶에는 이토록 많은 행복들이 숨 쉬고 있는 것도 같은데. 거짓말. 거짓웃음. 그거 다 거짓말이잖아! 거짓말이잖아! 왜 나는 그렇게 소리치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웃고, 왜 나는 예의바르게 말하고, 왜 나는 착한 사람인 척 하는 걸까? 그런 것 싫다. 그런 것, 울어버리고 싶을 만큼 정말로 싫다. 손톱 끝으로, 내 머리카락의 끝을 지그시 눌러, 고개를 드는데 툭- 하고 잡아당겨진 검은 머리. 어이없는 장난에 피식 웃으면서 생각했다. 함부로 머리카락을 만지면 안 돼. 함께 사랑에 빠질 것이 ..
스물아홉. 그리고 종종,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욱 외롭거나 방황을 하게 되거나 어느 누구에게서도 동의를 얻지 못하게 된다 해도. 그래도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으니, 꿈꾸던 방향으로 걷겠다고.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라고 확신해도 괜찮다. 그리하여 종국엔 그러지 말았어야 했노라고 울게 된다고 해도, 당신들처럼은 살지 않을 것이다. 정해진 모습대로 걷지도 않을 것이다.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나요? 당신은 어떤 것도 그립지 않나요?
때로는 아주 희망찬 마음이 드는데, 또 때로는 이렇게 무기력하기만 하다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일이든 사람이든. 적어도 싫은 사람에게는 웃어주지 않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웃고 있는 것을 보면 말 만큼 그 사람이 싫은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난. 그리고. 그리고 말이지. 무심코 생각했거든. 가끔은 그렇게 제멋대로 굴기도 했는데, 그때 돌아온 건 무엇이었더라- 하는 것. 언제나 예상은 빗나가거나 정반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된다고도 생각했어. 생각해보면 그때 난 조금 울기도 했지. 그러고선 조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구는 걸 보면, 이 마음은 독하거나 참 무뎌. 그리고 문득, 딱 한 가지만 달라지면 되는 거라는 사실이 떠올랐는데. 그게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도. 그런데도 원래 마음은 쉽게 변..
웃음 덕분에 진실은 숨겨졌지. 숨겨진 진실 덕에 웃을 수 있었지. 나도 때로는 즐거운 시간을 상상하곤 해. 하지만 세상에는, 혼자의 마음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지 않아. 그 사실을 몰랐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사실 난, 굉장한 의지박약아인 것이다. 게다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인 데다가 자기 중심적이기도 하니까.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거짓말쟁이에 변덕스럽고 게으르며 불성실한 인간. 어떻게 스물 아홉 해나 살았는데도 여전히 이렇게 사는 법을 모를 수가 있는 걸까.
[잠깐만 기다려요.] [뛰어갔다와요!] 어이가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는 얼굴을 보고서야 알았어. 그렇지. 너는 다쳤지. 발목이 아프다고 말했지.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지. 그제야 그 모든 사실들이 떠올랐지만. 어쩌겠니, 나는.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다정해지거나 상냥해지는 사람이 아닌 걸. 다정하거나 상냥하지 못한 이유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도 아닌 걸.
그래서 잠에서 깨, 멍하니 앉아있자니 이렇게 사는 게 너의 꿈이 아니었다고, 혹시나 잊어버렸을까봐 또 다시 알려주는 목소리가 들려서, 그래서 결국 울고 말았다. 나도 알아! 나도 알고 있다고! 나는 그냥 상냥하게 말하고, 하하하- 웃고, 어깨를 으쓱하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짤깍짤깍 시간을 맞추고, 랄랄랄- 달리면서, 즐겁고 싶다. 즐겁고 싶다! 하지만 끝끝내 마지막까지도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탓하는 걸 잊지 않을 바보. 멍청이. 엄마는 말했지. 그래서 나는 답했지. 나는 엄마의 진심을 몰라. 그리고 나의 진심도 몰라. 그리고, 무엇을 느끼면서 그곳에 있든, 그곳에 있는 동안 너의 진심이 뭐든, 말하지 않은 것은 전해지지도 않는 거야. 그리고 전해지지 않는 건 진심도 될 수 없어. 슬퍼해봤자.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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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불행할 것까진 없지만,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은 해요.] 02. 생각했는데. 창문을 닫아 나비를 죽여버린, 아이에 대해서 생각했는데. 문득 궁금해지는 거야. 잡을 수 없는 나비는 죽여버리는 게 맞는 걸까? 그렇게 나비를 죽여버린 후에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걸까. 03. 침묵이다. 다시 침묵. 그리고 슬프게도, 나는 그 침묵의 의미를 알아버렸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이해했기 때문에 웃었던 건 아니에요.
[처음엔 바람이 분다고 생각했다.]라고 적어 놓고 며칠 내내 다음 문장을 쓰지 못했던 기억. 처음엔 바람이 분다고 생각했던 어두운 그 저녁. 발목을 감아오는 기척에 흠칫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던 시간. 하지만 바라보니, 풀썩거리던 것은 검은 머리. 발목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 그리고 넓은 어깨. 그 어깨를 바라보며 어느 새 어른이다- 라고 썼던 기억. 그리고, 다시 생각했는데.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많은 노래를 같이 들었고, 너무 많은 얘기를 같이 나눴고. 너무 많은 거리. 너무 많은 웃음. 너무 자주 장난을 쳤고, 너무 자주 싸웠어.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