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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사실 뭐, 열정이란 게 별건가. 그리고 그도 그렇지. 너무 많은 열정이라면 쓰러질 법도 한 것이고. 세상에 포기 못할 일이란 게 뭐가 있겠어. 설사 있다고 해도 한 사람 당 하나 정도면 충분한 거지. 내가 지치고 내가 힘들면 그걸로 끝인 거야. 사람이, 뭔가를 위하고 걱정을 하고 열정을 바치는 데도 내가 지치고 힘들어서 못 버틸 것 같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죽어도 안 될 것 같아서 미련스레 굴어도, 사람 마음에 영원한 게 어딨니. 원래 사람 마음은 끝이 있다는 데 희망이 있는 거야. 만약 마음이 그저 계속되기만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토록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갈 수 있겠어. 그나저나 집에 거미가 산다더니, 봐버렸네. 징그럽게 길고 얇은 다리를 가진 거미. 기어가는 모습을 한참 보고 있었는데, 신기하..
아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언제 죽더라도 난 눈은 못 감을 거다. 씻고 가만히 앉아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제일 처음 마주친 진짜 행복한 인간의 얼굴이었던 것도 같고. 어쨌든 이제 한 시름 놨다. 그러고보니 어느 새 7월. 도 내일이면 끝이구나. 아, 쉬고 싶어라. 정말.
생각은 딱 여기서 거기까지다. 내가 아는 건 모두 다 손바닥 안에 있다. 그렇게 아둥바둥 읽고 또 보아도 달라질 가능성은 언제나 제로다. 사람의 그릇이란 건 어느 정도 타고 태어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여기서 거기까지. 더 넓게 보고, 더 넓게 생각하라고 하면, 그때부터 난 내가 아닐 것이다. 꽃이 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잎이 자란다. 오래된 잎은 검붉고 새잎은 진분홍이다. 나무도 잎도 어린 것이 더 예쁘다. 그래서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을, 빛도 없고 물도 부족한 이 방에서 그래도 여직 안 죽고 살아 있어준 게 고마워 오래된 쪽을 쓸어내려 본다. 마음이란 것도 그런 것 아닌가. 빛도 물도 주지 않는데 죽지 않고 살아 있어준 마음. 그 마음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
01. 아주 오랜만에, 아주 희미하게, 극도의 피곤함 속에서 달짝지근한 기쁨 같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회귀하는 것이다. 몇 번을 고개를 저었다 해도, 부딪히기도 전에 주저 앉아 울어버렸다 해도, 이제는 어떤 식으로라도 좋다- 고 생각할 만큼 간절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제서라도, 그래 성장을 한다. 봄이 가는 길목, 장마가 시작되는 길목, 죽어버린 줄 알았던 내가 자란다. 숨을 쉬고 꿈을 꾸면서, 내가 자란다. 02. 하늘. 해가 지는 하늘. 검푸른 하늘. 그리운 시간이 있다. 세상이 더는 밝지도 않고 마냥 어둡지도 않은 시간. 바람을 맞으면서 기다리고 있던 시간.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추억은 번지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서 멈춰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03. 도리스 레싱...
어쩌자고 슬럼프는 두 달마다 한번씩 오는 건지. 성취감 0%의 일이란 게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너무 하는 족족 이 일들을 잘 처리해 나간다는 것도. 아아, 어째서 난 이토록 다재다능한 걸까. 한 가지 일만 죽자고 잘하는 그런 천재면 좋잖아? 어디 가서 적응 좀 못하고 친구 좀 없고 그래도 훨씬 더 멋졌을 텐데. 안 그래? 응응, 안 그러니? 역시 사람은 저마다 꿈꾸는 역할이 있고 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피식.
01. 죽여주시든가요. 난 하루하루가 피곤한 사람입니다. 02. 만세, 만세. 라울 만세! 해트트릭을 할 거면 다른 번호 달고 하란 말이다. 다비드 비야 따위, 쳇. 우습지. 예쁘지도 않은 주제에. 그러게, 이 좁아터진 마음으로 내가 스페인을 응원하긴 뭘 응원해. 라모스로는 안 된다. 까시야스로도 안 돼. 어떻게 까시야스가 골 안 먹고 스페인이 지는 방법은 없겠니? 정말이지 노망난 영감같으니. 니네 나라가 우승컵 못 드는 게 왜 라울 탓이야. 그럼 대한민국이 우승 못한 건 홍명보 탓이게. 몰라몰라. 난 의리 따위 없어. 난 속좁고 이기적인 냄비일 뿐이야. 라울 없는 스페인 대표팀 따위, 일찌감치 조별 예선서 탈락하고 영감은 그냥 집에서 쉬세요. 다음 월드컵까지 나오겠다고 설치면 진짜 나 월드컵 안 봅니다..
아아아아악. 으으으으으윽. 에에에에에엑. 우우우우우우욱. 용량 초과다. 아니면 한계. 바보가 된 건지. 원래 이 모양이었던 것인지. 하루종일이라구요. 그런데 한 장 반도 아니라구요. 저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50장엔 백수의 50일이 필요합니다. 저더러 이러지 마세요. 쿨한 척 하지만 소심하다니까요. 술술 쓴 것 같겠지만 엄청 고민한다구요. 전 그저 노력할 뿐입니다. 굽신굽신. 제 대답을 처음으로 돌려놔 주세요. 전 무능합니다. 전 하나도 특별하지 않아요. 그러니 이 모든 걸 없던 일로 하면 안 되는 건가요? 훌쩍훌쩍. 저는 눈이 아파요.
그리고 화가 난 나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 눈을 마주보면서 이제는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때 처음, 내가 화를 내고 있던 그 때 처음, 그런데도 태연하게 내 머리카락이나 만져보려던 그 때 처음, 그만두라고 말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지나간 이후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행동도 그러하고, 마음도 매한가지다.
문제는, 우울에 있다. 성격이 변하고,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웃음이 늘고, 농담을 자주 하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우울하다. 그리고 나를 믿는 마음 뒤에 존재하는 것이 열등감이나 자기 혐오였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내가, 나에게 사랑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될까봐 언제나 예민하게 굴었던 건 사실이다. 늘, 손톱끝이 아픈 기분이었다. 늘 귀끝이 떨리거나 늘 입술끝이 아렸었다. 나의 모든 투정들. 변덕스러운 태도. 민감한 성질과, 제멋대로인 모습도 모두 다 너그럽게 받아주길 원하고 있다.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화나게 할 수 있는 동시에, 화를 낸 내가 다시 사과할 수도 있게 하는 사람. 구원을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구원 따윈 없다는 생각도 ..
사실은 다 그게 그거다. 나라고 해서 별다른 마음을 품고 사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다지 우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마음. 곤혹스럽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면서 이런 마음들을 싫어하는 일.
적어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 주저앉지도 않고, 억울해하지도 않아. 나는 그것만으로도 내가 아주 잘 이겨냈다고 말할 수 있어. 때로는 삶의 골목 골목에서 기습을 당할 수도 있지. 그 사실을 모르는 건 너의 탓이 아니야.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역시 나의 탓은 아니지. 무엇을 힘들어하고 있냐고? 대답을 들으면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 너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 어줍짢은 구원을 꿈꿀 생각 하지마. 너는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앞으로도 결단코 알 기회가 없을 거야.
01. 명분도, 승산도 없다. 그럴 땐 싸우지 않는 것만이 방법. 02. 추웠다 더웠다 하는 이 봄의 날씨처럼 마음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구나. 03. 내 바람은 소박한 것. 정말이지, 일주일에 닷새만 일했으면 좋겠다. 04. 알렉스. 생긴 건 마음에 안 들지만, 어쨌든 목소리는 좋구나. 무언가 더한 것도, 뺀 것도 없다는 느낌. 이런 목소리 마음에 들어.
01. 발가락을 자르는 꿈을 꾸었다. 발톱을 깎다가 별 생각 없이 발가락도 싹둑 싹둑 두 개나 잘라버렸는데, 자를 때는 아픈 줄도 모르고 이상한 줄도 모르다가 다 잘라놓고 보니 문득 ‘앗, 발가락은 자르면 다시 안 자라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야~ 하고 놀래버렸다. 그리고 발가락이 두 개나 없어진 내 발을 멍하니 보다가 이대로 살면 많이 힘들까? 라고 생각하는 찰나 좀 괴상하고 흉측한 모양이긴 했지만 발가락이 조금씩 다시 자라나기 시작해서 ‘에에~? 발가락도 다시 자라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잠에서 깬 후, 꿈이 너무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서 대충 해몽을 찾아봤더니 이런 꿈은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가깝게 지내던 누군가와 멀어지는 꿈이라고 나와있었다. 그래서 ‘흠흠흠- 그러면 자..
01. 그렇지만, 역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고작 떼를 쓰고 어리광을 부리고 끊임없이 투덜대는 것뿐. 02. 너무 아픈 이 말. 좋구나, 알렉스의 목소리도, 생각보다 꽤. 03. 왜 자꾸 나를 때리니? 미워서요. 진짜, 너무 싫어. 04. 너무 피곤하니까, 오늘도 스트레칭은 패스. 자야겠다. 쿨쿨.
너무 멋진 승리에 괜히 눈물이 나, 또 어떤 시즌에는 우승컵도 놓치고 클래식 더비에서도 완패하는 괴로움을 맛봐야 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지금 이대로의 기쁨을 누리는 것으로 만족해. 승리에도 패배에도 무감해진 마음으로, 때로는 내가 여전히 축구를 좋아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지. 하지만 알겠다. 이 승리를 보면서 알겠어. 완벽한 승리, 그것만큼 기쁜 것을 찾기란 힘이 들어. 웃고 있구나, 구티. 구티가 웃는 날엔 좋은 일이 생기지. 우리들의 못 말리는 열혈 부주장. 늘 놓칠까 잃을까 불안했는데, 결국 오늘까지 이렇게 함께 해 구티의 진면목을 자랑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치밀하고 세심한 그 발끝도 사랑스럽고, 그 발끝에서 이어 받은 것을 결국 골대 안으로 집어넣고야 마는 라울도 사랑해. 빨간 주장 완장을 ..
징징대지 좀 마. 배짱을 좀 가져. 청춘의 마음이 뭐 그따위야. 백날 땅을 파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언제까지 그렇게 우는 소리만 하고 있을 셈이야.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어 정말.
그래, 나는 겨우 이 정도야. 그리고 너도 겨우 그 정도일 뿐이야.
01. 안빈낙도. 02. 백번을 이해하고 다시 백번을 양보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03.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말 것. 착한 사람이 아니라, 상식을 갖춘 사람이 될 것.
더 이상은 슬프지 않아. 그저 얼마쯤 화가 날 뿐이야. 물론 싫어한다는 것이 좋아한다의 반대말은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좋아한다와 같은 말이 될 수도 없어. 그 이유가 무엇이라 하더라도, 나는 너를 싫어해.
01. 오랜만에, 신나는 경기를 보았다. 너무나도 멋진 구티 하스. 참으로 마음에 드는 페르난도 가고. 세계 최고의 골키퍼 이케르 까시야스. 누구를 준다해도 내주고 싶지 않은 세르히오 라모스.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까지 훌륭할 수 있는 거냐고 자꾸만 묻게 되는, 라울 곤잘레스. 너무나도 좋아하는 라울 곤잘레스. 다들 멋진 경기를 해주어서 고맙다. 이런 팀을 좋아하고 있다니, 나름대로는 나도 불운하지 않은 축구팬인 모양이다. 02. 그리고 내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분명히 다시 잘해줄 거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선수가 있으니까. 늘 변함없이 그 믿음에 부응해주는 김은중이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축구팬으로 사는 동안 김은중 덕분에 참 많이 행복했다. 그러니까 올해도 이 사람 덕분에, 많이 웃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