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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ancingufo 2005. 5. 13. 01:23



Die Bad.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몰랐어. 영화속에 어떤 위대함이 있다는 것. 류승완의 흔적을 쫓아 다니다가 어느 날 알게 됐지. 나는 '류승완 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야. 그냥 죽거나 아니면 나쁘거나- 라고 말했던 이 영화 한 편에 뒷통수를 맞았던 거야. 그런데 참, 이상할 만큼 류승완 이 사람이 나는 좋아. 나와 다르게 말하고,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도 아닌 저 감독이, 저 배우가, 저 사람이 나는 참 좋아. 별 감흥도 못 느꼈던 '오아시스'를 다시 본 건 설경구나 문소리 때문이 아니었어. 참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던 류승완 때문이었지.

류승범을 처음 본 것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였어. 저렇게 못생긴 배우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잘난 피가 어디 안 간다고 특출나더라. 결국에는 칼받이가 되어서 쓰러져가던 그 고등학생 류승범을 어찌 잊겠어.

언제였더라. 젊은 감독과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에 류승완을 보러갔을 때, 이 사람이 그랬지. 내가 세상에 나서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한 일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영화에 류승범을 출연시킨 거라고.

그런데 그거 알까. 류승완의 동생이 아무리 좋은 배우라 한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만큼 좋을 순 없다는 거. 그런데 정작 류승완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영화에 목숨거는 감독은 아니니깐, 오히려 그런 열정이 무섭다고 말했던 감독이니깐, 그냥 즐기고 노는 거니깐, 단지 그 놀이가 무척 흥미로운 것 뿐이니깐, 덕분에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덤벼도 그렇게 영화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 여럿 비참하게 만들었어. 아, 그러고보니 나는 '류승완식'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류승완식 말하기는'는 좋아하는 것 같아.

다음 영화 안 나오나,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좋은 영화는 많이 만났어도 감독이 이렇게 좋은 건 처음이거든. 그러니까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다시 한번 영화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봐.

어차피 류승완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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