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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슈팅 라이크 베컴

dancingufo 2005. 5. 13. 01:29



나는 유쾌했다. 확실하게 이 영화는 나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예쁘고 늘씬한 줄스의 덕이기도 했고, 그런 감독은 절대로 있을 것 같지 않은 미남 감독 조의 덕이기도 했고, 제스의 방에 걸려있는 베컴의 멋진 대형사진 때문이기도 했다. 아니, 그것보단 평범하다 못해 초라하지만 그 얼굴엔 주눅드는 법이 없는 제스의 덕이 컸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축구의 덕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슈팅 라이크 베컴'은 유쾌한 영화였다. 적어도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유치하거나 어설프지 않게 내 코 밑에 들이밀어 주었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서서 차도 기가 막히는 굴곡을 그리며 골문으로 향하는 베컴의 킥처럼, 줄스도 비록 일직선으로 달려가지는 못했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신이 갈 길을 향해서 간 것이다. 눈부시고 멋진 바로 그 벡스의 킥처럼. 그러니까 바로 베컴과 같은 그 슈팅을, 제스는 해낸 것이다. 제스가 아니라면 아무도 못했겠지만, 사실 꼭 제스가 아니라도 그 나이 때 소녀라면 누구나 도전해볼만한 그런 것. 베컴과 같은 그런 슈팅.

제스의 방에 걸려있는 베컴의 대형 사진, 그리고 그 대형 사진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황색 피부의 소녀 제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그런 이유로 내가 그 장면을 좋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것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장면. 조와 제스의 키스 장면같은 그런 것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쩌자고 TV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를 놓쳐버린 것일까. 멋진 조와 예쁜 줄스, 그리고 사랑스러운 제스를 다시 볼 절호의 찬스였는데.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생각나는 슈팅 라이크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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