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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3일, 승산없는 게임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5월 13일, 승산없는 게임

dancingufo 2005. 5. 13. 05:58

01.

나는 잠이 없다기 보다, 는 야행성이다. 그것도 새벽 서너시면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아침 여덟시나 아홉시, 때로는 열시, 열 한시에 자는 일도 흔한 지독한 야행성. 그래서 그런지 쟁쟁한 햇볕 아래서 돌아다니면 현기증이 난다. 뭔가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럼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아 겁이 난다. 내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시도한 적은 있지만 성공한 적은 없었던 그런 식의 하루하루를, 내가 정말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아- 몰랐는데 난, 겁이 많다.



02.

그래 난, 겁이 많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고 싶어진다. 그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그다지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몇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내가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래서 그 사람들 모두에게 미움받는 것을 무서워했다면, 이런 겁 많은 성격으로는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난 내 본성에 걸맞는 성격만 키웠다.



03.

그러고보면 세상에서 정말 내가 관심을 가지고 키워본 것은 나 뿐이다. 나 이외의 다른 생명체를 책임지고 키운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스물 일곱이나 되어서 아직도 결혼 따위, 한번도 내 인생에 있을 만한 것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도 내가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난 어머니, 와 같은 절대적인 이름은 가질 자신이 없다. 자신도 없고 희망도 하지 않는다.



04.

착한 사람들, 이 있다. 좋은 사람들, 이라거나. 나에게 다정한 사람들. 흐뭇하거나 좋거나 고맙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어쩌면 저렇게 될 수 있었을까. 또는 왜 저렇게 구는 걸까. 3인칭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나쁜 버릇이다. 더욱이 그 상대가 내 주변의 누군가, 일 때는 말이다.



05.

좋아한다, 는 일은 일단 지고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난 지나치게 지고 들어가는 일에 익숙하지 못하다.



06.

너의 손, 이 지니고 있던 온기 같은 걸 내가 그리워 했던가. 대리만족, 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너와 헤어지기 전에도 이렇게 누군가와 손잡는 걸 싫어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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