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달려라, 이치로 본문
[동갑내기 천재를 보고 있으면 왠지 용기가 생겨.]
이치로를 처음 알게 된 게 중학교 2학년 때였는지 3학년 때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확실하게 떠오르는 건 내가 이치로를 잠깐 좋아할 뻔 하다가 관둬버렸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선수 좋아하기도 벅찬데 외국 선수에게까지 관심을 둘 여력이 없던 탓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본선수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탓도 컸다. 그렇게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치로의 팬이 되지 않았고, 그래도 이치로는 내게 살면서 처음 호감을 느껴본 일본인으로 남았다.
영화 속에는 네 명의 이치로가 나온다. 이치로와 이름이 같은 전직 야구선수와, 역시 이치로와 이름이 같은 작가, 그리고 재수생이기 때문에 '이치로'라고 불리우는 소년과, 천재 이치로. 소년은 기적처럼 이치로를 만나고, 작가는 이치로의 이름을 외치며 경기를 지켜본다. 전직 야구선수는 제 발을 모델 삼아 만들어진 다이아몬드 신발을 이치로에게 전해 주기 위해 숨가쁘게 달린다. 달린다, 이치로.
동갑내기 천재에 대한 특별한 감상은 비단 나의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술을 마시던 사토씨의 말이 뱅뱅 귓가를 맴돌다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로써 내가 알고 있던 류헤이의 출연작을 모두 다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프로필을 다시 한 번 들춰보니 앞으로도 세 편이 더 남았다. 류헤이가 출연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도박이지만, 그래도 볼 수 있는 류헤이가 남아있는 것을 기쁨으로 삼자. 3년 전 영화이니 적당한 유치함 정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용서할 것. 그리고 오동통통 아기의 테를 벗어나지 못했던 류헤이의 얼굴을 꿈에서도 다시 볼 수 있도록 기억해 둬야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