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와타야 리사,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와타야 리사,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dancingufo 2005. 8. 6. 03:28

01.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그저 재미있는 제목이라 생각을 했다. 눈에 띄는 제목이지만 어쩐지 읽고 싶어지는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책의 표지도, 작가도, 책의 두께도 모두 다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마주친 김은중의 뒷모습 때문이었다.

나는 그 등을 보면서 어쩐지 내 발을 들어 세게 그 등짝을 차주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렸다. 크고 든든하고 솔직한 그 등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나를 심술궂게 만들었다. 나는 그 등짝을 찰싹- 하고 소리나게 한 대 쳐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 등짝에, 새빨간 손자국이나 발자국을 문신처럼 남겨주고 싶었다. 내가 이 책을 이번 휴가를 함께할 도서로 선정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였다.


02.

더운 날 마시는, 그렇지만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은 콜라. 와타야 리사의 글은 그러한 느낌이다. 시원하지 않지만 그래도 갈증을 해소해주니 분명히 좋다. 이를 시리게 하는 얼음이 떠있지 않으니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인 니나가와의 어깨는 분명히 축 쳐져 있을 것이다. 니나가와를 설명할 때 이런 묘사가 나왔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분명히 그러할 거란 생각이 든다. 와타야 리사의 문체는 힘 들어가지 않은, 조금은 쓸쓸하지만 불쌍하지는 않은, 소년의 어깨와 꼭 닮았다.


03.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걷어내듯, 내 마음에 끼어 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손가락으로 집어내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바랄 뿐이다. 남에게 해주고 싶은 것 따위는, 뭐 하나 떠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마음에 드는, 하츠의 혼잣말.


04.

'너 니나가와가 정말로 좋아졌구나?' 라는 키누요의 말에 하츠는 생각한다. 오싹하다고. 좋아한다는 말과 지금 내가 니나가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의 그 차이에.

좋아하는 것과, 그 사람의 등을 발로 차주고 싶은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겠다. 하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때문에 나는, 하츠와 비밀을 공유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