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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본문

피도 눈물도 없이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dancingufo 2005. 8. 16. 01:02

01.

이 책은 동화책이다. 초등학교 5학년만 되어도 동화책을 읽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요즘 사람들이다. 아직 중학생이 되기도 전에, [데미안]이니 [여자의 일생]이니 읽어서 이해도 못할 책들을 손에 쥐기 시작했던 나 역시 동화책을 읽어본 기억은 거의 없다. 아마 [미운 오리 새끼]나 [개구리 왕자] 정도가 내가 '정독'한 동화책의 전부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던 내가 스물 여섯이나 되어서 동화에 속하는 이 책을 손에 쥐게 된 것은 당시 내가 가르치던 녀석들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그 때 내가 가르치던 녀석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같은 거였고 나는 녀석들 중 대부분의 아이들이 읽었을 이 책을 나 역시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하여 잠깐 한국에 들어갔다 온다는 지인에게 책 한 권 사다줄 것을 부탁했고, 그 때 지인이 내 부탁에 따라 사들고 왔던 책이 바로 이 황선미의 장편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인 것이다.


02.

살면서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울었던 기억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그리고 그 다음은 아마 [마당을 나온 암탉]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잎싹'이란 암탉이고, 잎싹은 자신이 평생을 살아왔던 양계장이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잎싹은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알을 품어 병아리가 탄생하는 걸 지켜보고 싶어하지만, 난용종 암탉인 잎싹이 자신의 새끼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로였다. 그런데도 잎싹은 죽을 힘을 다해 양계장을 빠져나오고, 안주하고자 했던 마당을 떠나고, 자신이 낳진 않았지만 자신이 품은 오리새끼를 키우며, 그 오리새끼를 지켜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내고, 결국 '어미 된 자'로서의 최후를 맞는다. 어미되는 것의 가능성이 제로였던 잎싹이지만, 자신의 최선을 다하다보니 어느 새 어미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이런 잎싹의 이야기가 동화로서 가지고 있는 교훈은 아마 꿈을 가지고 있는 자의 아름다움, 꿈을 꾸는 자의 당당함, 꿈을 꾸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주제로 토론이란 걸 할 때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했다. 불가능한 꿈은 없어. 불가능한 줄 알았던 잎싹의 꿈은 결국 이루어졌잖아. 잎싹이 그냥 마당 안에서 살아지는 대로 살았다면 그 꿈이 이루어졌을까? 불가능한 꿈은 없어. 그리고, 가만히 있는데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꿈 역시 없어.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부지런히 노력해. 할 수 있는 것 만큼 노력해.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그런 절실한 노력만이 너희들의 꿈을 현실이 되도록 도와줄거야.

나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진심으로 꾸고 있는 꿈이라면 진심으로 노력해. 그 노력만이 너희들의 꿈을 현실이 되게 할 거야.


03.

그것은, 나에게 거는 주문과도 같았다. 나는 내가 언제 어째서 어떻게 꿈꾸는 일을 포기하기로 했는지, 기억을 되짚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보다도 나에게 더, 자꾸만 이야기했다. 진심으로 꿈을 꾸고 있다면 진심으로 노력해. 그 노력만이 너의 꿈을 현실이 되게 할 거야.

꿈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가 꿈을 꾸었던 일들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주문을 외웠다. 진심으로 꾸고 있는 꿈이라면 진심으로 노력해. 그 노력만이 나의 꿈을 현실이 되게 할 거야.


04.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여자의 이야기이며, 어미의 이야기이고, 꿈을 꾸는 자의 이야기이다. 주제가 다소 무거울 수 있지만, 황선미는 개성있고 매력적인 인물들과 상황 설정으로 어린이들이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린이들보다도 어른이 감동 깊게 읽을 책이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공감할 책이다. 확실한 것은 이 작가의 작품들, 저자의 이름만으로 신뢰해도 좋은 작품들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나름대로의 감동을 얻어낼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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