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9월 5일, 쉿- 내가 너를 사랑해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9월 5일, 쉿- 내가 너를 사랑해

dancingufo 2005. 9. 6. 02:47

01.

나는 쓸데없이 머리만 굴리고 싶지는 않다. 생각하고 고민해봤자 어차피 답이 없는 문제이다. 7년만이지만,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아닌 것이 그런 것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여 이대로 있겠다는 내 생각이, 좀 난감하고 어이없는 운명론자의 생각이라고 비웃어도 나는 좋다.


02.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태풍이 닥칠 것 같은 날이다. 얕게 흔들리는 창문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슴에 설렌다. 태풍이 불어닥쳤으면 좋겠다. 이 저녁에는 어둡고 스산한 바람이 불고, 출근길에는 그 바람이 강풍으로 변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바람을 따라 와하하 소리를 지르며 달리고, 도로가에 세워진 나무의 잎사귀들은 미친 여자의 머리카락처럼 날려댔으면 좋겠다. 한바탕 태풍이 불어닥치고 나면 고통을 이겨낸 듯 지쳐보이는 거리를 신나게 걸었으면 좋겠다. 그 거리 위에 쓰러져있는 나무들을 봤으면 좋겠고, 그 나무를 피해서 달리는 차들을 봤으면 좋겠다. 태풍을 만난 것도 벌써 오래 전의 일. 그러니 이 여름은 부디 나를 떠나기 전에, 거센 태풍을 선물로 남겨주고 갔으면 좋겠다.


03.

내 말의 99%는 궤변이지만, 그말들을 따라서 사는 나에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나만 반대하지 않고 산다면 내 인생도 그럭저럭 훌륭할 거라고 의심없이 믿을 것이다.


04.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후, 로마에는 더 이상 인상적인 황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제국은 번성하고 평화를 누린 후에, 반드시 멸망하게 되어 있다. 진부한 말이지만 진실로 흥망성쇄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인가보다. 그 사실이 좀 쓸쓸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로마를 재통합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에게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05.

그것은 오래 전의 말이었을까.

쉿, 내가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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