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9월 8일, 긴 머리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9월 8일, 긴 머리

dancingufo 2005. 9. 9. 04:27

01.

한달 보름쯤, 매일매일 올리고 다니던 머리를 오랜만에 풀었다. 날이 선선해져서 더 이상은 올림머리를 할 이유가 없어진 탓이었다. 거울 앞에 서니 어느 새 머리카락이 참 많이도 길었다. 미용실을 다녀온 지도 오래 전이라 긴 머리는 꽤 지저분해진 상태였다. 단정해 보이도록 머리카락을 반쯤 모아 묶고 밖으로 나섰다. 햇볕이 따뜻해도 바람은 가을 바람이었다. 타박타박, 거리를 걸으면 군데 군데 가을이 어느 새 곁에 왔다는 흔적이 보였다. 나는 혼자 웃음을 지으면서 생각했다. 여름이 가고 나면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질거라던 말. 가을이 되면 나는 조금 더 즐거워질 거라던 말.


02.

사무실에 들어서니 언제 이렇게 머리가 길었냐며 다들 한 마디씩을 던졌다. 내가 봐도 한달 보름 전과 비교가 안 되는 길이었다. 언제부턴가 머리를 묶어 올려도 목덜미에 머리카락이 닿는다 싶더니, 이렇게 금세 머리가 기나- 싶어서 의아해졌다. 거울을 보고 서서 아무래도 곧 미용실을 다녀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긴 머리는, 어쩐지 좀 청승맞게 느껴졌다.


03.

얌전해서, 조용해서, 편해서, 착해서. S는 종종 그런 말들을 했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자주 웃었다. S는 그 때 나를 그냥 보고만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랑에 빠져 있었고 S 따위는 관심 밖이었다.

분명히 있었던 시간들이 착각처럼, 왜곡된 기억이 진실처럼, 불쑥 뇌 속으로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04.

이런 감정, 귀찮다. 어쩐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