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9월 9일, RED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9월 9일, RED

dancingufo 2005. 9. 10. 02:21

01.

자주색 니트를 한 벌 샀다. 더운 계절이 가고 나면 붉은 옷을 입어도 이 날씨에 어째서 이렇게 뜨거운 색이냐는 핀잔을 듣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더울 땐 한색을, 추울 땐 난색을 즐겨 입는 모양이지만 나는 사시사철 붉은 계통의 옷을 즐겨 입는다. Redmania를 자청할 만큼 내가 붉은 색을 좋아하는 탓도 있고, 얼굴이 하얗고 검고를 떠나 핏기가 별로 없는 나는 한색을 잘 소화해내지 못하는 탓도 있다. 이번에도 한 가지 디자인의 여러 색의 옷을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붉은 계통의 옷으로 선택한다. 옷걸이에 걸어 옷장 속에 넣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옷장 안이 온통 붉다. 이름에도 오행이 고루고루 들어가지 못하고 불만 잔뜩 들어가 있는 격이라 하더니, 나는 그 불을 식히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불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같다. 이것으로는 부족해서,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자꾸만 더- 자꾸만 더 더 말이다.


02.

그러니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 정도로는 아무것도 불 태우지 못한다. 나는 늘 부족한 내 재능보다도 부족한 내 열정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나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이렇게 식어버린 심장이 마지막 불씨도 잃은 후에 시커먼 재로 남는 일이다.


03.

우연히, 다시 본 <고양이를 부탁해>. 혜주가 말한다. "예전에 친했다는 게 뭐가 중요하니? 현재가 중요하지." 태희가 묻는다. "현재? 그래서, 현재 너한테 중요한 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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