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0월 12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0월 12일,

dancingufo 2005. 10. 13. 02:31

그건 분명 울음소리였다. 기억하건대 그것은 분명히, 내가 처음 들어보는 엄마의 울음 소리였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를 다시 한번 불러보는 것 뿐이었다. 무기력했다. 나는 엄마에게서 너무 멀리 있었다.

엄마는 불안해했다. 울고 싶었을 테지만, 아빠는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보세요, 라고- 울음 끝에 뭉개지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살아서 이렇게 울고 있는 엄마의 전화를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웠다. 엄마가 내게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철이 든 이후, 나도 엄마 앞에서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진심으로 그랬다. 좋은 딸이 되고 싶었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 나는 엄마가 늘 가여웠다. 하지만 나 역시 엄마에게 걱정이나 고난만을 안겨다 주었다. 한번도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기억 따윈 없었다.

엄마는 내게 다정하거나 따뜻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믿었다. 그럼에도 나는 늘 쓸쓸하고 외로웠다. 내가 사는 동안 늘 엄마를 사랑했다 해도, 엄마 역시 늘 쓸쓸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사실로 쓸쓸함이나 외로움을 달랠 수가 없었다. 가난이나 고통, 불운과 불행까지도 말이다.

엄마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할 수 있는 말이란 너무나도 적었다. 속상해서 견딜 수 없어하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까지도 좋은 딸로 살고 있지 못하는 내 모습도 떠올랐다. 어째서 내 엄마가 가진 것은 이렇게 나쁜 자식들 뿐이란 말인가.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허탈해졌다. 사는 동안 엄마는 늘 혼자 울었을 것이다. 삶이 한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굴 수 있다니, 역시 신 따위 믿을 필요 없다는 내 생각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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