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0월 15일, 싹둑싹둑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0월 15일, 싹둑싹둑

dancingufo 2005. 10. 16. 03:23

요며칠, 계속 그랬어. 넝쿨 같은 거야. 왜 잭의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서 엉킨 넝쿨 말이야. 그 넝쿨이 하늘을 찌를 듯 자라난 것처럼 걱정꺼리들도 그랬어. 난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가위를 들고 나타나 이 넝쿨들을 싹둑 싹둑 잘라주길 바랬던 거지. 하지만 질기고 질겨서 잘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 게다가 가위를 든 것도 나여야만 하지. 나는제각각,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나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이 줄기를 자르면 저 줄기가 금세 자라. 난 또 저 줄기를 자르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 죽도록 싫어. 차라리 넝쿨이 자라나고 있다는 걸 모른 체 하고 싶어서 눈을 감지. 이것들을 외면했다는 죄책감은 마음에 죽음 같은 쓸쓸함을 남길 거야. 난 어떻게도 할 수가 없었어. 이게 정말, 온전하게 내 탓이란 말이야?

내가 조금만 더 너그럽고 여유롭고 선한 마음으로 산다면 삶이 1%쯤은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난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난 그렇게 멍청하게 웃음이나 지으며 낙관론을 늘어놓을 순 없어. 이봐, 내 앞에서 사는 것에 대해 아는 척 하지마. 나는 타인과 내가 똑같은 삶을 산다고 말하진 않았어. 난 지금 내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뿐이야. 내 눈 앞에 있는, 내 인생 말이야. 그러니까 끼어드는 건 안 돼. 다른 인간이 어떻게 살았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지금 내 발 앞에 있는, 내 눈에 보이는 내 인생 말이야.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까지 말하면 거짓말. 그렇지만 난 신경질적인 사람이고, 참을성이 부족하며, 화를 잘 내지. 이 넝쿨이 자라나지 않도록 도와줄 게 아니라면, 어서 빠른 걸음으로 내 앞을 지나가. 나는 지금 화가 나있고 평소부터 참을성이 부족해왔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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