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0월 17일, 따뜻한-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0월 17일, 따뜻한-

dancingufo 2005. 10. 18. 04:46

오래 샤워를 한다. 널부러진 옷들을 옷걸이 걸어 넣고, 매일 아침이면 너저분해지는 방을 청소기를 돌려 치워놓는다. 속옷 몇 가지와 오늘 신은 스타킹을 빨아 널고 내일 입을 구겨진 치마를 다림질해 놓는다.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여전히 방은 추워 치마 대신 긴 바지로 갈아 입고, 두꺼운 후드티를 덧입는다. muse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한 시간 사이 몰라보게 깨끗해진 방에 누워 내 삶이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생각한다. 한 발자국도, 단 반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고 멈춰있는 나의 현실에 대하여- 말이다.

매일을, 새로운 사람처럼 눈을 뜨고 새로운 시간을 살아낸다는 것은 이렇게 경이로우며 이렇게 피곤하다. 열정이나 에너지라는 것이 나라는 인간과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것인가, 를 떠올릴 때마다 피식 헛웃음이 나곤 한다. 때로는 도저히 이 자리에서, 잘해나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국 산다는 것은, 이런 생각 따위 잊어버리게 할 무언가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따뜻한 물이나 따뜻한 공기. 결국 따뜻한 사람의 체온 같은 것- 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