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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일, 치명적인 포기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1월 2일, 치명적인 포기

dancingufo 2005. 11. 3. 03:14

01.

난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우스꽝스러운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구나- 라고 생각. 어쩔 수 없지. 이건 다 내 실수지.


02.

좀 아쉽긴 하지만, 원래 모든 일엔 장단이 있는 법이니까. 굳이 이야기하자면 난, 이번에 내 기분의 정체를 좀 알아내야 할 것 같아.


03.

달려가 껴안으면, 조곤조곤 내 손에 깎지를 끼며 제 가슴팍을 두르도록 하는 것이 버릇. 막내라 그런 걸까. 사내답고 짓궂으면서도 승룡이의 애교는 정말로 눈이 부실 정도. 심장이 다 녹아버릴 정도. 몰랐던 거야. 내가 이렇게 애기들의 애교에 약한 줄은.


04.

이모는 독수리. 너는 뭐야? 난 말. 내 배속엔 말 있어. 근데 이모는 독수린데 왜 안 날아다녀? 너가 잠들면 그 때 아무도 모르게 나는 거야. 내 배속에 있는 말도 이모가 잠들면 그 때 나와.

보고 싶구나, 우리 조카.


05.

이보다 업무량이 더 많아지면, 난 화가 나서라도 이 일을 때려치우게 될 것이 분명.


06.

사고 싶던 책을 고르고 골라 그 중에서 딱 절반만 주문. 마음에 드는 구두 두 켤레 중에 한 켤레만 구입. 사고 싶은 스타킹 세 켤레 중에 역시 하나만 선택. 큰 책장 대신 절반의 크기로 결정. 가장 가지고 싶었던 로맨틱한 침대는 결국 포기.

사는 동안 포기해야할 것은 너무나 많아. 치명적일 정도로 많아. 그런데도 그럭저럭 살아내는 나인 걸 보면, 아마 난 너도 잘 포기할 수 있을 거야.


07.

아, 정말 이 기분이 나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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