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1월 9일, 단단한 등껍질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1월 9일, 단단한 등껍질

dancingufo 2005. 11. 10. 03:03

01.

내 머리카락을 잡는 소년의 손가락. 놔. 웃음. 놔라니까. 다시 웃음. 말간 그 얼굴을 보면 음습하던 머리속 공기가 맑아진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년을 통해서 세상이 내게 하는 말.


02.

엄마의 문자는 길어지고, 결국 통화로 대신하는 동안에 나는 점점 화가 나고 나는 점점 사는 일이 싫어진다. 엄마와의 모든 대화가 이런 식의 기분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던가- 생각한다. 엄마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야만 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불편하다. 너무나 불편해서 도무지 괜찮아지질 않는다.


03.

그래, 그런 것들이 싫다고 생각한다. A에게 잘보이고 싶어하는 나. B를 모른 체 하고 싶어하는 나. C에게 좋은 사람인 척 하는 나. D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나. E를 배려하지 않는 나. F를 오해하는 나. G를 질투하는 나. H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나. I에게 제멋대로 구는 나. J에게 집착하는 나. K를 무시하는 나. L을 비난하는 나. M에게 다정한 체 하는 나. N 앞에서 위선적인 나. O에게 기대려는 나. P를 못잊어버리는 나. 그래, 그런 모든 내가 싫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싫지만 계속해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싫다고 생각한다.


04.

점점 공기는 차가워지고,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설 때마다 그리운 것이 많아질 것이다. 자주 눈물이 날 것이고 자주 화가 나고 자주 억울해질 것이다. 아무리 버텨내도 어김없이 이 계절은 또 다시 돌아온다. 부디 내 마음이, 이 계절을 지나는 동안만이라도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든든해졌으면 좋겠다.


05.

Arap Strap. 이렇게 노래해줘서, 참 고맙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