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1월 17일, 소곤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1월 17일, 소곤

dancingufo 2005. 11. 18. 04:11

비겁하다, 고 생각합니다. 나는 도망갈 생각인 건가,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가 이상하다, 고 생각하겠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변덕을 부릴 수밖에요. 지금 나는 무섭고 겁이 나는 겁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겠지만 사실 난 아직 어려요.

비단 요즘만 이러는 건 아니지요. 눈치챘겠지만 난 좀 칙칙한 사람입니다. 많이 피곤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아니라곤 답 안 하죠. 거짓말을 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요. 최소한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난 좀 변덕스럽고 난 좀 예민하고 난 좀 신경질적이고 난 좀 이기적이고 난 좀 모가 났어요. 그러니까 몰랐다고 말해선 안 됩니다. 미리 알려주는 거예요. 그리고 겁이 나면, 무섭다 싶으면, 지금 가세요. 기회는 이 때 뿐입니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몰라요.

난 오래 망설일 계획입니다. 그리고 망설이는 내내 화를 낼 계획입니다. 요즘은 그런 나를 미리 각오해두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나는 나를 꽤 오래 지켜봐왔지만, 아직도 나에게 익숙해질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심장박동수가 정상치를 벗어났을 때처럼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거예요. 내 심장이지만 고칠 수 없듯이 말입니다. 가끔은 그냥 달리면서 잊어요. 달리다가 멈추면서 잊습니다. 멈춰서 주저앉아 잊지요. 앉아서 울다가 잊습니다. 그리고 울음이 그칠 때까지 계속 우는 것, 계속 울다가 지쳐서 잊는 것, 그것 말곤 방법을 모릅니다. 아직까진 그 방법 밖에 생각이 안 나요.  

좋은 사람이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 사람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상관없어지기 위해, 정말로 괜찮아지기 위해, 나도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엔 정말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난 아직 어린 것이 맞지만 스물이나 스물하나가 아니란 건 아니까요. 그때처럼 굴어서도 안 된다는 걸 아니까요. 그러니까 이번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좋은 사람이니까. 또 좋은 사람이니까. 나도 이제 노력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 또 노력중입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나를 언젠가는 꼭, 장하다고 말해주십시오.

나는 매우 작은 목소리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한 말들이 다 진심이길보다도, 이 노력의 끝에서는 당신의 그 모든 말을 내가 용서할 수 있기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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