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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7일, 차라리 잠이 들기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1월 27일, 차라리 잠이 들기

dancingufo 2005. 11. 28. 04:41
 

축구를 삶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럴 땐 너무너무 우울하고 억울해서 인생을 통채로 부정하고 싶다. 역시 하나님은 나 같은 어린 백성의 믿음 따위 필요없는 것인지, 이번에도 나를 저버리셨다. 세상에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0.18%쯤 믿었던 정의 역시, 그딴 게 있을 리 있냐고 음하하핫 웃으며 나를 내동댕이쳤다. 나는 어떡해야 한담. 흑흑흑 우는 수밖에 없나. 그치만 운다고 뭐가 달라질까. GS, 하던 일이나 계속 했으면 오늘 할 일은 대충 끝냈을 텐데.

그래. 대전에서 얻지 못한 승리 때문에, 그 승리의 부재를 괜찮은 척 하면서, 정작 그 허전함을 이쪽에서 달래려고 했던 건지도 모른다. 난 가끔 유난스레 승리에 집착하는 축구팬들을 보면 이기는 게 좋긴 하지만 그게 전부이거나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레알의 경기를 보고 있는 동안의 나는 승리 밖에 바라는 게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기기만 한다면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렇게 패배가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어서 경기를 끝까지 지켜봐줄 여유와 용기마저도 잃어버린 것이다. 

언제든 역전의 가능성이란 것을 품고 있는 것이 축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레알 마드리드에게 역전승이란 없다. 저들이 모르는 게 두 가지 있으니, 압박과 투지가 바로 그것이다. 저들에게는 지고 있을 때 경기를 뒤엎을 전의가 없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성질이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말하고나니 또 슬퍼진다.

쓸쓸하고 심심한 방에서, 혼자 누워 잠들 것이다. 이런 내게 미안하여 꿈속에 김은중이라도 보내준다면, 그제야 하나님을 용서하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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