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1월 28일, 둥글게 쫙-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1월 28일, 둥글게 쫙-

dancingufo 2005. 11. 29. 03:49
 

젊어서, 어렸던 나를 보면서 웃듯 늙어서, 젊었던 나를 보며 웃겠지. 시간이 속수무책으로 흘러버리는 것이 슬플 때도 있지만, 지나가버린 시간에 내가 분명히 살아있었다는 사실이 결국 나를 위로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두려울 것도 없어. 내 착각과는 달리, 난 그다지 무모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것들이 그다지 두렵지 않은 존재라는 것 정도는 알아. 현실도 말이야. 시간도 말이야. 그렇게 벌벌 떨 것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난 가끔 어떤 인간의 어리석음을 무자비하게 비웃고, 또 가끔 어떤 인간의 열정을 맹목적이게 찬양하지. 전자는 나의 교만과 편견을, 후자는 나의 무지와 좁은 식견을 나타내는 일이므로 어느 쪽도 옳지는 않지만 놀라운 것은 어느 한 대상이 그 두 가지 모두를 내게서 받을 때가 있다는 사실이야. 이를테면 음침한 눈을 하고 어리석을 만큼 열심히인 체 살아가는 그녀가 있어. 그렇지만 그녀는 살짝 미치고 싶을 만큼 부러운 태도로 삶이나 꿈을 대하고 있지. 난 그런 그녀를 멸시하며 찬양해. 그녀는 단순히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거나, 그럭저럭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대상이 아닌 거야. 난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꼭꼭 손바닥을 둥글게 쥐었다가 쫙 하고 다시 펴.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잊어버린 날개짓 같은 거야. 잊어버렸지만 다시 기억하는 날개짓 같은 거야.

날 수 있지. 훨훨- 이라고 흔해빠진 시늉은 말자. 나는 삶의 흔적을 뼈속에서 모조리 빼내어, 언젠가는 텅 빈 뼈를 가지고야 말 테야. 이 삶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멍청이가 될거야. 그때 기억해. 둥글게, 쫙. 둥글게, 쫙. 내가 잊었던 날개짓을 언제 어떻게 다시 배우게 되었는지 말이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