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2월 3일, 반짝반짝 빛나는 눈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2월 3일, 반짝반짝 빛나는 눈

dancingufo 2005. 12. 4. 21:31
 

잘 모르겠지만, 첫 눈이라고 생각했다. 올 해 들어 내가 본, 첫 눈이기 때문이다. 한 송이, 두 송이 떨어지던 것이 함박눈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나는 택시를 잡아타며 세상 밖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조금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득, 겨울은 참 축제와 잘 어울리는 계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일년 중 겨울이란 계절은 그 자체로 축제인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모여있다는 곳으로 찾아가는 중에 내 구두 위로, 내 어깨 위로, 내 눈썹 위로 흰 눈이 내렸다. 나는 깜빡, 눈을 감았다 떴지만 속눈썹에 내려앉은 하얀 눈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마감 이틀전이며 첫 눈이 내린, 기막힌 조화를 이룬 토요일 저녁은 13년 전부터 인연이 닿아있던 녀석의 생일이었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은 것을 미안해하며 케이크 하나를 사들고 녀석이 있다는 곳으로 찾아들어갔다. 갑작스런 온기가 확 하고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눈썹 위에 앉았던 흰 눈을 사라지게 한 것도 바로 그 온기였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수다를 떨다가, 정말로 일을 해야 하는데 하나도 하지 못한 것을 미칠 듯이 걱정하며 밖으로 나왔을 때- 그 때도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은 첫 눈이란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도 많은 눈이었다. 거리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나는 그 사람들 사이에서 택시를 잡는 일이 마감에 맞춰 내 일을 끝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을 짐작했다. 낭만적이었던 하얀 눈이 구두 사이로 스며들며 꽁꽁 내 두 발을 얼렸다. 목덜미가, 손목이, 종아리가 시려서 나는 뛰듯이 걸었다.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보였다.

그래, 그건 하얀 눈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었다.




때로는 내가 사는 이 생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아름다워서 어떡하나,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주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이런 순간이 나를 또 괴롭게 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온 몸이 떨렸다.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무관하게, 하늘을 뒤덮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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