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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2일, 어머니처럼 애완견처럼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2월 12일, 어머니처럼 애완견처럼

dancingufo 2005. 12. 13. 04:24
 
01.

선택, 해야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해야해. 안 하면 더 어려워질 테니까.


02.

왜 안 돼? 라고 생각하자. 그냥 이대로는 왜 안 돼? 안일한 생각인 것은 나도 알아. 용기가 없어서라고 해도 좋아. 일단 겁이 많은 탓이라고 해두지 뭐. 그러면, 그러면 왜 안 되는데? 안일하면 좀 어때. 용기가 없는 게 죄는 아니야. 겁 좀 낸다고 세상 못 살아?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있으면 안 돼? 난 그냥 여기서, 이 자리에서, 이렇게 계속 농담이나 하면서, 농담을 해주면 웃기나 하면서, 그렇게는 안 돼? 안 돼? 정말로, 안 돼.


03.

아는데, 아는 것만큼 행동하기 힘들어서 그러는 거야. 나 좀 봐줘. 당분간만 좀 봐줘.


04.

추위에 귀가, 무릎이, 떨어져 나가지 않게 모자와 바지를 준비할 거야. 이 추위에서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면 내 어머니처럼, 내 애완견처럼, 내 어여쁜 소년들처럼, 와라락 뛰어와서 날 반겨줘. 찬 손을 잡아주고 언 볼을 비벼줘. 나는 네 웃음을 보고, 네 목소리를 듣고, 그러면서 이 겨울 한 나절 동안 잊었던 온기를 되찾을 거야. 언젠가는 모두 다 없었던 것처럼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밝은 미래를 미리 마련해두지 못하는 게 나잖아. 너도 그런 나를 모르지는 않잖아. 그러니까 좀 봐줘. 이렇게밖에는 못하는 거야. 나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은 이렇게밖에 못하는 거야. 사실은 나만 그런 게 아닌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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