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2월 14일, 사랑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2월 14일, 사랑

dancingufo 2005. 12. 15. 02:40


누구나 사랑을 한다. 나도 사랑을 했다. 그 사랑이 끝났을 땐 슬펐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특정한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다시 사랑하고자 하는 욕구가 내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던 일 역시 그 욕구에 의해서 태어났다. 그 날은 아무런 예감이나 징조도 없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날이었다. 난 나같은 사람마저, 타인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죽었던 고통도 함께 생겨났음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겠는가. 난 그를 알고 지내는 동안 언젠가 내가 그를 잃고 말리라는 생각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가 만약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와 선다면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난 그가 나를 사랑하는 일도,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일만큼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사랑은 그렇게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 만든 후에야, 자신의 이름이 사랑임을 고백했다. 난 때때로 내 사랑이 너무나 진부해서 웃음이 났다. 예감했던 대로, 정말로 그를 잃고난 후에는 다시는 이런 신파극에 묶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기억이, 얼굴이, 사진이, 추억이 모래 속에 묻히는 동안 내 다짐도 옅어졌다. 어느 날 문득, 나는 죽음을 예감하는 사형수처럼 내가 곧 다시 사랑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씁쓸해졌다. 사실은 사랑이 유일하고 영원하며 절대적이기를 바랬지만 그것은 사랑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난, 사랑이 싫었다. 난 언제나, 사랑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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