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5년 12월 16일, 밝은 미래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5.05 ~ 2005.12

2005년 12월 16일, 밝은 미래

dancingufo 2005. 12. 17. 03:40
 
01.

퇴근할 즈음, 갑자기 못견디게 짜증이 났다. 사람들로부터 난 소외당하고 싶어졌다.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너무나 짜증이 나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소리라도 지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난 내 짜증을 못 이겨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최악의 인간이 된다면 정말로 화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짜증을 꾹 참느라 결국 베어나온 눈물을 훌쩍훌쩍 닦으며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난 내가 좀 더 낭만적인 일에 나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길 바랬다. 그렇지만 친구는 낭만은 어제 내린 눈 같은 거라고 답을 했다. 그에 비해 현실은 나를 득달하는 빚쟁이같은 거라고 말이다.

어쩐지 조금 납득이 갔다. 평생 빚 독촉에 시달리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는 것. 그렇지만 그런 납득은 체념에 가깝지 다시 힘을 내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난 어쩌면 내 인생은 이렇게 온통 힘없고 생기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정말로 온 몸에서 힘이 쫘악 빠져버렸다. 결국 털썩 책상에 엎드려서 퇴근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의미없는 종이조각들이 책상에, 책장에, 널려 있었다.


02.

그래, 자신이 없었다. 어떠한 인간과도 잘 지낼 수 있는 자신. 나 하나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없었으니까. 타인과 좋은, 평화로운, 올바른, 서로에게 이로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란 기대조차 할 수가 없었다.


03.

밝은 미래가 없다고 해도 좋다. 최소한 밝은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정도는 품을 수 있는 인간이고 싶다. 최소한의 그것마저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나를 예뻐해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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