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1월 3일, 이 별은 나의 별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월 3일, 이 별은 나의 별

dancingufo 2006. 1. 4. 02:26


지난 해의 마지막 저녁, 가평으로 놀러갔다가 펜션 마당에 매여있던 그네를 탔다. 두터운 옷을 걸치고 목도리와 장갑을 둘둘 말고 다녀도 추웠을 저녁. 나는 청반바지 밑으로 맨다리를 내어놓고 두 손도 맨손으로 방치해둔 채 그네 위에 앉았다. 도움닫기를 하듯 그네를 탄 채 한껏 뒤로 물러섰다가 휙 하고 바닥을 차며 앞으로 나아가자 내 몸이 살랑 공중으로 떠올랐다. 휘익 공기를 가르며 움직이면 스물스물 곁으로 기어오던 한기가 쫙- 하고 내 온몸으로 들러붙는 듯 했다. 그리하여 나는 놀란 어깨를 움찔했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고개를 들자 반짝- 하는 별들이 총총총 머리 위에 떠있었다. 문득 그 때 네 옆에 누워서 봤던 별도 저렇게 반짝- 하고 빛이 났단 생각이 들었다. 휘익 아래로 내려오며 나는 그냥 웃었다. 그것은 어차피 과거. 아무리 좋게 봐도 그것은 그냥 추억. 나는 다시 위로 떠오르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주었다. 휘익~ 바람이 불면 내 머리카락이 내 얼어버린 얼굴을 차고 지났다. 더이상 이렇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겠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그럴 때마다 쓸쓸해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그 시절의 너를, 그리고 나를, 쓸쓸함으로만 기억하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네타기가 너무나 재미있다고 부산스레 소리치며 달려가면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사각사각 내 발 아래서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온기가 가득 들어찬 방이 있었고, 스물 일곱개 촛불이 꽂혀있는 케이크가 있었고, 새해에 복 많이 받자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적당히 형식적이고 과장되어 낯간지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촛불 앞에서 새해의 소원이란 것을 빌었다. 함께 앉은 사람들이 눈을 뜨고 자, 라며 촛불을 끌 준비를 할 때까지도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하나 하나 정확하고 분명하게, 천천히 간절하게, 나는 내가 올해에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에게 하는 다짐이 되어 마음 속에 반짝- 하는 별로 박혔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말할 수 없었던 것은, 내 생각이 이 세상에 흔하디 흔한 것으로 치부되는 걸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별은 세상의 그 어떤 별과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없을까봐 겁이 나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와 함께 보았던 별도, 공중 그네에 앉아 바라본 별도, 내 마음에 박힌 별보다 밝게 빛나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별은, 아무도 본 적 없고 볼 수도 없는 나만의 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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