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1월 11일, 시간들 본문

아무도 모른다/2006.01 ~ 2006.12

2006년 1월 11일, 시간들

dancingufo 2006. 1. 12. 03:51
 
가끔, 이렇게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이를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 속에 녹아들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살게 될까봐 겁이 난다. 난 부유하고 행복한 아낙네의 얼굴은 하고 싶지 않다. 지혜롭고 온화한 어머니의 얼굴도 가지고 싶지 않다. 난 평생을 화를 내며 슬퍼하고 절망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이 삶을 살아낼 자신이 있다. 다만, 아무렇지 않은 채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삶을 포기하고 비관하는 것만큼이나, 삶에 적응하며 그럭저럭 익숙해져버리는 것도 나쁘다고 판단한다.

어느 저녁엔, 낯선 버스 정류장에 혼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 저녁은 추웠거나 매우 더웠고 나는 아주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돌아가면 발소리를 죽인 채 조용조용 내 방으로 들어섰고 안락함이라고는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방 안에 앉아 혼자 밥을 먹었다. 생이 그런 식의 하루하루로 이루어져 있을 거란 예측이 그 때 나를 얼마나 절망하게 했는지 기억한다. 하지만 그런 절망을 토닥여줄 위로의 힘이 생겨났을 때, 나는 다시 또 미소짓게 될 것이다. 그러니 삶의 하루하루가 맨밥처럼 퍽퍽한 것을 나는 매일매일 괴로워해야한다. 외로움 때문에 주저앉는 일도, 쓸쓸함 때문에 우는 일도, 고통 때문에 소리지르는 일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삶을 이렇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치열하게 괴로워하는 시간만이 나를 아무렇지도 않은 이 삶에서 구원해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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