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2월 5일, 본문
01.
내가 잘 살거라는 믿음. 내가 부유할 수 있다는 기대. 내가 많이 웃을 거라는 확신. 좋은 남자를 만나고, 마음에 드는 집을 사고, 엄마에게 효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런 것들이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하면 어쩔 셈이야. 그런 것들이 내게 사소한 기쁨은 될 수 있어도 나를 절대로 행복하게 하거나 나 자신에게 만족하도록 만들지는 못한다고 하면 어쩔 셈이야. 나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재미있는 얘기를 잘 하고, 총명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내게 다 소용없다고 하면 어쩔 셈이야. 내가 생에 바라는 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단 한 가지인지도 모르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이렇게 절망하고 슬퍼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거야.
02.
원하지 않는 삶이 눈 앞에 놓여있어. 때로는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한없이 천박하게 느껴지지. 인생은 계속해서 두려움으로 다가와. 나 자신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무얼까. 나 자신이 다시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 걸까. 오늘도 이렇게 강한 나를 믿고, 약한 나를 동정하고 있어. 하루하루는 너무나 불안정해. 나는 갑자기 마주앉은 사람의 표정과 웃음, 손짓과 몸짓이 너무 싫어. 때로는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여자에 대해서 생각하지. 어쩌면 난 나쁜 년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곤 해. 이렇게 기가 막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어.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은 또 이렇게 무력하게 전복당하고 있어.
03.
원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알고 있지만,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어. 오늘은 차라리 흐르는 피라도 지켜봤으면 좋겠어. 우물 속에 빠뜨려진 그 낫처럼 침묵으로 순수를 지켜내보고 싶어.
04.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했어.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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