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006년 2월 24일, 천천히 본문
01.
우선 순위를 생각하라, 고 내게 말했어. 2위나 3위는 모르지만 그래도 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고 말했지. 그런데 왜 순위를 알 수 없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냐고 물었어. 나는 아직 시기상조라거나,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거나, 이 일들도 꽤 재미있게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사실은 무섭거나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지. 결국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게 가장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야.
02.
내가 쳐다만 보아도 너는 고개를 끄덕일 거야. 하지만 나는 그런 어리석은 확신에 사로잡혀 있을 수 없었어. 누군가는 사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기 위해 노력할 거야. 나는 이렇게 희미하게 사그라들고 작아져서 없어지는 것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거야. 내 손에 닿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거야. 어차피 잡았다가 놓은 흔적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닌 거니까.
03.
이상하지. 그렇게 물 속에서 고개를 드는 이미지. 어두운 밤. 검은 물. 검은 여자의 머리카락 같은 것. 왜 그 이미지가 이토록 오랫동안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것일까? 왜 그 이미지는 이토록 강하게 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일까?
04.
다시 또 지겨워진 건지도 몰라. 그러니까 제발, 천천히 걸어서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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